아직도 어릴 때와 같다.
내가 모르는 저 길을 걸으면 내가 모르는 다른 세상이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망상을 하게 된다. 나는 길치고 방향 같은 건 아무래도 잘 모르니까 그런 이상한 상상이 생겨버린 것 같다.
왜인지는 나도 모른다. 그래서 지나가다가 문득 고개를 돌려 보게 되는 모르는 길의 너머를 상상하게 될 때는 알 수 없는 모험심과 공포가 반반씩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친다. 그래서 가끔, 우울함이 폭발해서 이렇게 된 삶,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지 하는 날이나, 시간이 너무 남아 무료한 어느 날에 자극이 필요할 때면 봐 두었던 길에 발을 슬쩍 올려본다.
물론 별다를 게 있겠느냐만은.
걸어가 본 길의 너머는 내가 전혀 보지 못한 새로운 풍경이 나를 반기지만 조금만 더 걸어가 보면 그게 그거구나 하는 알 수 없는 실망과 안도가 뒤죽박죽 찾아온다. 가끔은 그래서 지름길을 찾아내기도 하고 이상한 길을 찾아내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몰래,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골목이 있지 않을까 하는 헛된 망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