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벽화 사업이 얼추 끝났다.
골목 곳곳에 뭔가 그림의 흔적이 보인다. 그런데 아직도 이 그림을 대체 누가 그렸는지 모르겠다. 뭔가 애매하고 우스운 모양새이다. 2인용 자전거를 그린 것 같은데 뭔가 참 이상하고 어색하다. 타고 있는 동물들도 불안해 보인다. 다리가 저리 짧으면 페달을 어떻게 밟지? 싶다.
옛날 만화적인 표현들이 생각났다. 동물을 의인화했을 때 가장 큰 표현의 문제였던 전화기와 헤드셋의 사용. 인체를 중심으로 만든 물건이 동물들의 귀 위치에 맞을 리 없으니 제품을 사용하는 장면이 참 어색해 보였다. 그런 어색함을 지금 우리 집 대문을 열고 가장 먼저 마주하는 담벼락에서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
동네를 한 바퀴 돌며 벽화를 천천히 찾아본다. 뭔가 이상하다. 내가 아는 벽화 골목은 이런 느낌이 아닌데. 하나하나가 좀 더 작품 같아서 감상하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았는데. 이건 뭔가 좀 우스운 모양새가 아닌가, 하고 걸었다. 매번 집 근처에서 떨어진 곳을 산책하다 오래간만에 돌아본 집 근처는 너무 많은 게 단시간인데도 변해버렸다. 그것도 참으로 어색하게 말이다.
이건 누구 좋으라고 해놓은 걸까. 약간 씁쓸하게 걷는다. 사실 우리 동네는 노인분들이 많다. 아니 대부분이 노인이다. 충주 안에서도 아주 한적하고 조용한 동네이다 보니 더욱 그런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어쩌면 그들의 눈에는 아주 잘 그린 작품이나, 인증샷 촬영용 벽화보다는 어쩌면 이런 어색하지만 알록달록한 그림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이 닿아도 여전히 생각이 많아진다.
그러면 좀 더 그림이라도 많이 꾸며주지. 이렇게 띄엄띄엄 이상한 그림 조금조금씩 그려놓지 말고. 화분 많이 놓지 말고 그림으로 좀 더 알록달록하게, 눈 즐겁게, 여기저기 재밌는 요소 많이 담아서 이 동네가 좀 더 특별해 보이게 만들어주지. 이런저런 아쉬운 생각에 투덜대 본다.
이런 어색함도 뭐 동네 특색이 될 수 있을까?
애꿎은 자전거 뒤 고양이만 뚫어지게 쳐다본다.
제법 매서운 눈초리로 귀찮아하는 표정인 것 같아 눈싸움에서 지는 기분이다.
나 고양이 진짜 좋아하는데, 고양이라도 좀 잘 그려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