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까지만 해도 낙엽이 꽤 많았다.
하루하루 떨어지는 낙엽 양을 보며, 이거 다 떨어지려면 아직도 한참 남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만큼 가을이겠지, 낙엽 보이는 계절이 뭐 가을이겠지 하며 마당과 골목을 쓸었다.
몇 번의 얇은 비가 내렸고, 날이 조금씩 추워지는가 싶더니 서리가 내려앉을 거라는 소식이 들렸다. 엄마는 분주하게 마당에 햇빛 잘 쐬던 화분들을 잽싸게 거실로 대피시키기 시작했다. 나름 대공사였다. 저기에도 식물이 있었나? 싶은 구석까지 걸음해 식물들을 구조해주었다.
그러기를 다음날. 거짓말처럼 모든 낙엽이 다 떨어져 내렸다.
꼭 약속이라도 한 듯하다.
오늘부터 겨울이니까 우리는 이제 할 일을 다 했어. 이제 놓아주자. 하고 일시에 손을 놓아버린 것처럼. 하룻밤만에 모든 낙엽이 다 떨어져 내려 버렸다. 아버지는 서리 맞으면 이렇게 된다며 커다란 삽과 함께 빗자루를 들고나가셨다. 발 빠르게 따라나선 골목에는 나뭇잎이 엄청났다.
하루 사이에 겨울이 되었다.
분명 어제까지는 가을이었던 것 같은데 이렇게도 겨울이 오는구나. 골목 끝 마지막 매달려있던 여름꽃에 시선 주며 아쉬워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빨리, 확연하게 겨울이 와버렸구나, 했다.
나는 옷걸이 안쪽 깊숙이 박혀있던 패딩을 꺼내 입었다.
아직 겨울도 아닌데 입기엔 뭔가 오버하는 것 같아 아직까지 입는 걸 주저하던 패딩이었다.
이제 이거 입어도 돼. 나무들이 이거 입어도 된다고 했어.
하고는 꼭 솜이불 같은 커다란 패딩을 두르고 지퍼를 끝까지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