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077. 계절을 속은 꽃

by 이승준

마당에 있던 식물들을 전부 집 안 거실에 대피시킨 지 몇 주가 지났다.


거실 한쪽에 커다란 테이블을 놓고 위와 주변에 크고 작은 화분을 잔뜩 놓았다. 얼핏 보면 거실 한쪽이 꼭 숲 같기도 하다. 겨울 같지 않은 이 초록색 풍경이 가장 겨울다운 풍경이라는 게 참 아이러니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난초들을 유심히 보시더니 꽃대가 올라온다며 놀라셨다. 정말 몇몇 화분에서 꽃대가 올라오고 있었다. 신기하기도 하지, 나는 밖에서 너무 추워 발을 동동 구르는데 이놈들은 따뜻해지니 갑자기 봄이라도 온 것 마냥 이 계절에 어울리지도 않은 연보라 꽃을 피워내니.


아무리 봐도 참 겨울에는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다.

그래도 겨울이니 볼 수 있는 집안의 식물들이다.


77.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076. 철로를 밟아본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