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3. 충주로 이어진다는 기찻길.

by 이승준

충주 변두리는 요즘 공사가 한창이다.


중부내륙선. 전국을 잇는다는 새로운 철길 중 충주를 지나는 철로 공사 때문이다. 벌써 오래된 이야기인데 너무 충주 바깥쪽에서 공사 중이기도 하고 특별히 홍보를 많이 안 한 탓인지 대부분의 주변 사람은 모른다. 늘 뭔가 분주해 보이게 공사하는 사람들 탓도, 공공사업에 크게 흥미를 갖는 사람도 별로 없기도 하고 말이다.


공사만 끝나면 서울에서 충주까지 금방 도착한다고 한다.


하지만 본래 계획보다 공사가 늦어지는 중이다. 본래 계획은 2019년 완공이 목표였다는데 며칠 안 남은 시점에서 아직 교량 기둥도 못 세운 자리들이 있는 걸 보아하니 2020년에는 끝날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우리 농원도 이 공사 대상 지역에 포함되어있다.


분명 설계를 위해서 처음 조사 나왔을 때는 논밭이어서 설계에 포함하여 교각을 세우기로 했는데 지나고 와서 보니 대지로 바뀌어있고 사업을 하고 있는 농원이 있어서 매우 놀랐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유로 1년이 넘게 협의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농원의 물건을 함부로 손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장사도 못하게 되니 협의점을 찾아들고 오지 못하고 있다.


농원 옆은 이미 공사가 시작되었다.


방음벽을 높게 쳐서 농원이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장사가 안 돼서 슬픈 건 둘째치고 마을 사람들과 공사 주체의 싸움이 볼만하다. 어느 날은 마을 주민 죽이는 공사라며 진지한 궁서체에 빨간 글씨로 여기저기 현수막이 걸렸다. 어떻게 죽인다는 걸까 하고 빤히 보다가 저게 무슨 소용이 있어서 저렇게 걸어놓았을까 싶은 의문이 들 때쯤 현수막이 소리 없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시끄럽다고 민원을 넣을 때마다 공사를 중단하고 벽을 쌓는다. 정작 옆에 있는 우리도 공사를 하는지 안 하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한데 민원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꼭 전쟁이라도 준비하는 것처럼 전투적으로 벽을 세우고 있다. 이쯤 되면 벽을 세우는 공사는 아닐까 싶을 때도 있다.


한 번은 공사를 못하게 농기계로 입구를 다 막아버린 적이 있었다. 남의 땅에 저래도 되나 싶어 구경하는데 되려 공사 업체가 그 농기계 주변에 바리케이드를 치기 시작한다. 노인들이 어디선가 나타나 마구 달려와 툴툴거리면서 농기계를 어떻게든 빼간다.


그렇게 우리 집에 왜 왔니 어른 버전 같은 싸움도 공사 지연에 한몫하는 것 같다. 나와 아버지는 농원에 출근하면 앞에 앉아 시야를 가로막고 있는 방음벽과 공사장에 누워있는 중장비를 보며 어느 한쪽이 시원하게 이 지루한 싸움을 끝내주길 바라는 중이다.


94.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092. 원숭이 같이 생긴 감시카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