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5. 쓰임새를 찾은 연탄재.

by 이승준

종종 도로가 얼고 있다.


충주는 아직 연탄을 떼는 곳이 많다. 그래서 골목골목마다 쌓여있는 연탄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도로가 얼기 전 까지만 해도 저 많은 연탄재는 누가 치워주나 했는데 요즘에는 정말 고마운 존재이다. 어제 걷다가 문득 엄청 미끄럽네 하고 생각하며 지난 길이 있으면 다음날엔 누군가 연탄재 하나를 깨 놓은 게 보인다.


다 부서지지 않은 연탄은 지나는 사람들이 발로 꾹꾹 밟고 지나간다.

그러다 보면 아스팔트 넓게 연탄재가 흩뿌려져 꽤 안전한 길이 된다.


어릴 때 다니던 초등학교에는 항상 이맘때가 되면 선생님들과 전쟁이 벌어졌다. 아이들은 어떻게든 학교 곳곳에 물을 뿌려 얼리고 썰매를 타려 했고, 선생님들은 안전을 위해 물을 뿌리고 집으로 도망간 아이들이 어디에 사고를 쳐놨는지 찾아 연탄재를 뿌려야 했다.


우리는 주로 잔디밭이나 흙으로 된 화단의 내리막길에 뿌렸지만 한 번은 쓸데없는 모험심이 작동했는지 시멘트로 된 배수로에 뿌려보기로 했다. 한 번 뿌려서는 그저 다 흘러갈 뿐이어서 조금씩 물을 흘려가며 어는 걸 확인했다. 몇 겹의 얼음 코팅이 완성되는 걸 보며 우리는 만족하고 집으로 돌아갔고 다음날 그 배수로는 우리의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비료포대를 썰매 삼아 탔다. 용기 있는 어떤 놈은 보란 듯이 서서 제법 보더 흉내를 내본다. 다만 직활강 밖에 안 되는 코스였고 밑에서 기다리는 건 푹신한 눈 바닥이 아닌, 얼음 코팅된 시멘트였다는 게 문제였다. 결국 그놈 덕분에 선생님들은 매년 겨울만 되면 배수로에 타고 남은 연탄들을 틈틈이 집어던졌다.


아쉬운 마음에 물을 더 흘려가며 어떻게든 얼려보려고 노력했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은 기억이 난다. 그땐 그게 뭐라고 미끄러운 걸 그렇게 좋아했을까. 연탄재가 주는 안정감이 더 반가운 걸 보며 문득 어른이 되는 게 싫다고 느꼈다. 나는 저만치 떨어져 달려와 억지로 연탄재 사이 미끄러운 부분을 디뎌 슬라이딩을 시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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