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8. 딱따구리 공방

by 이승준

목행 쪽에 가면 여러 공방이 있다.


예전에 수석이 유행하던 곳이다 보니 나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좌대 공방들도 유행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무와 돌, 골동품을 다루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건 내가 태어나기도 훨씬 이전의 이야기이며 아버지의 오래된 역사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이 곳에 자리 잡은 사람들은 수십 년 동안 이쪽의 길만 걸어온 장인들이다. 딱따구리 공방도 그러하다. 이 곳은 아버지가 수석 가게를 하실 당시, 그러니까 대략 40년 정도 전부터 거래해오던 공방이다.


그 시절, 딱따구리 공방 주인 아저씨는 정말 가난해서 집에 문도 하나 못 달아 쌀 가마니를 뜯어다가 발처럼 문에 걸어놓고 살던 집에 살았다고 한다. 그런데 군대 갈 때가 되어서 걱정하던 차에 방위가 되었고, 사정을 다 알고 있던 당시 담당자는 차라리 목행 근처 좌대 공장에서 나무 깎는 일을 배워 돈이라도 조금 벌어보면 어떻겠냐 했다고 했다.


그렇게 나무를 시작했었고, 당시 비슷한 처지로 목행에서 수석 가게를 하시던 아버지와 연이 닿았다.

그렇게 몇십 년이 지난 요즘, 아직도 거래하며 왕래하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 아버지가 이 공방에 갈 일이 있다 하셔서 구경도 갈 겸 따라나섰다. 가끔 이렇게 한 길을 오래 걸어온 사람들의 작업장을 볼 기회가 있다. 그곳에는 인위적으로는 만들 수 없는 압도적인 분위기가 있다. 겉으로 보면 온갖 나무에 둘러싸여 다 쓰러져가는 슬레이트 건물이지만 속은 그렇지가 않다. 몇십 년 동안 반복되어 스친 손길이 만든 섬세한 공간이다.


충주의 변두리엔 이런 장인들의 공방이 드문드문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멋진 공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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