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났는데 거실 큰 창 너머로 하얀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안 그래도 시원하게 눈 내린 날이 별로 없어 아쉬웠는데 이렇게라도 오니 반갑다 했다. 부랴부랴 씻고 눈 맞으러 나갈 준비를 한다. 자고 일어난 강아지도 좋다고 따라나서려다가 현관문에서 흠칫하고 뒷걸음질 친다.
밖으로 나가서 마당을 한 바퀴 걸어본다.
나풀나풀 거리는 것이 머리며 얼굴이며 손에 닿는 느낌이 참 좋다.
와중에 눈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언젠가 TV에서 신학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었다. 방에서 혼자 조용히 공부를 하다 보면 창 밖에 눈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고. 그때 나는 그 소리가 참 궁금했다. 눈이 어떻게 소리를 내며 내릴 수 있을까 하고.
이제야 그 궁금증이 풀렸다. 바람 한 점 없어 아무 소리 들리지 않는 조용한 아침의 마당에 눈이 닿는 나무며 흙바닥에 작게 자작자작하며 눈이 내려 닿는다. 간간히 개 짖는 소리, 멀리 들리는 사람 발자국 소리 섞여 들려온다. 그래도 눈 내리는 소리보다 크지 않다.
조금 걸어 나가 본다. 눈 내리는 소리 사이로 천천히 걸어 나가다 보니 이제 나에게서도 소리가 난다. 자작자작하며 머리, 어깨, 손이 세상에 내리는 눈 소리와 어우러진다.
언젠가 동네가 얼마나 조용한지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려고 노력했던 적이 있었다. 새소리가 사람 소리보다 더 많이 들린다고 했다. 바람소리가 엔진 소리보다 더 크게 들리는 동네라고도 했다. 이제 눈 내리는 소리가 소란한 동네라고도 하면 될 것 같다.
그 소란한 소리가 여유롭다.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