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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고양이 Mar 23. 2020

내 마음대로 찍고 설명합니다!

adventurous

교수님은 내 사진을 한참 보시다가 말했어요.


-이 사진은 사진으로서의 가치가 없어요.


이러고는 그 가치 없다는 사진에 A를 주셨지요. 


저는 사진을 정말 못 찍어요. 포커스는 거의 대부분 안 맞고 아직도 조리개랑 셔터스피드는 헷갈리고요. 그런 저에게 교수님은 차라리 모르는 거 배우지 말라고 했어요. 그냥 찍으라고. 마음대로 찍는 게 그게 더 멋있고 매력 있을 거라고 했어요. 그게 이 가치없는 사진에 최고 점수를 주는 이유라며. 그 이후로 나는 그 조언에 충실하게 사진을 찍고 있지요.


얼마 전 필름 카메라 한 대가 손에 들어왔어요. 쓰기 어렵다고 소문난 롤라이 35s. 모든 기능이 수동이고 초점이 목측식이라 거리를 눈대중으로 재야 하는 불편한 카메라. 그런데도 이상하게 이쁘고 정이 가서 손에 집어 들었어요. 계속 눈에 밟히는 그걸 어쩌지 못했어요. 아날로그 필름은 내 오랜 로망이었고 사진은 애증의 관계예요. 이 사이를 메워 줄 롤라이는 뭐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갑작스럽게 저는 필름 사진이라는 취미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뭔가 살짝 아쉬워요. 이 소중한 사진 한 장 한 장에 더 애정을 쏟을 방법은 없을까. 그래서 나는 제목을 달아주기로 했어요. 왜 찍었는지 적어도 내 손으로 이름 정도는 붙여줘야겠다고 생각했고요. 그랬더니 뭔가 그럴싸하네요.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아날로그 + 사진 + 글의 조합이 탄생했습니다.


제 마음대로 찍고 이름 붙이고 설명할 거예요. 어떤 예술가들이나 사진가들처럼 멋진 작품은 못 만들겠지만, 멋진 카피라이터들처럼 날카로운 제목도 못 지을 거고 작가들처럼 멋진 문장을 잔뜩 쓰기도 어렵겠지만 딱 이 정도가 좋으니까 한 번 조심스럽게 시작해봅니다.


첫 사진은 제가 이 카메라에 익숙해지고 가장 오래 묻어두었던 작은 꿈, 밤하늘의 별 사진을 찍기 위해 장비를 갖추고 셔터를 열기 전의 카메라 사진이에요. 구애하는 것만큼, 모험을 떠나는 것만큼 설레고 벅차던 순간을 담았습니다.


내 마음대로 사진집이에요.

adventurous

시작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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