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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고양이 Mar 28. 2020

이 사진의 다른 이름은
망한 사진입니다.

the horizon from the son

필름의 매력은 정말 매우 많지만 제가 그중에 하나로 꼽는 건 이거예요.


탄 필름.


필름은 빛에 닿으면 그 부분이 타버려요. 그래서 가장 첫 번째 사진은 감을 때 노출된 일부가 하얗게 타서 그대로 나온답니다. 그게 진짜 불에 그을린 것 같은 자국으로 남아요. 이 사진도 그런 사진이에요. 게다가 상이 있어야 할 부분도 뭘 찍었는지도 모르는, 그냥 이상한 사진이 되어버렸어요.


처음에는 왜 이런 사진이 나왔는지도 몰랐어요. 저 동그라미는 이상한 불빛? 조명? 같은 게 어쩌다 찍힌 거일 거예요. 다른 부분은 빛이 못 들어와서 그냥 까맣게 나온 거고. 대체 내가 뭘 찍다가 이런 게 나온 거지. 열심히 고민해보는데 문득 이 자체가 매력 있어 보이더라고요.


아니 이건 필름이니까 이렇게 망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하고요.


the horizon from the sun.

저 타버린 표면이 꼭 태양 같았고 잘못 찍은 불빛은 뭘 찍었는지 모르겠는 미지의 어둠 속에서 떠다니는 행성 같아 보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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