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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을 걸어서 건너본 적 있나요?

Battle of red cliffs

by 이승준

재수하던 시절에 너무 마음이 답답하던 밤에 하염없이 걷다가 그냥 한강을 마주쳤어요.


짧아 보여서 생각 없이 다리에 올랐는데 혼자 걸을 땐 걸음이 많이 느린 편이기도 해서 완전히 건너는 데에 두 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건너다가 문득 야경이 보이더라고요. 그때는 저 불빛이 조금 아팠어요. 멋지고 이렇게 커다란 서울에 내 자리 하나 없나 하는 설움 때문이었어요.


좀 더 자란 지금, 다시 한번 한강을 걸어서 건너보는데 아마도 저 불빛들의 주인공 대부분이 저와 비슷한 나이의 친구들이거나 어린 친구들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예전에 느낀 그 아픔보다는 가여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누가 그랬잖아요. 서울의 야경이 아름다운 탓은 야근하는 직장인들 때문이라고.


예쁘게 찍고 싶었는데 흔들려서 꼭 전쟁터 같아졌어요.

Battle of red cliffs.

제가 뛰쳐나와버린, 아름답게 치열한 전쟁터의 불빛이에요.

battle of red cliff.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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