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해봤는데 그냥 쓰자.
그러던 와중에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가 랜덤다이스를 칭찬하는 콘텐츠를 올렸다.
내가 이 게임을 발견한지 적어도 1년 이상 지난 시점이었다.
자, 악재라고 해야하나? 그래 악재다.
내가 이 게임을 시작한 걸 악재라고 생각한다면 악재다. 그래 악재라고 하자.
악재는 겹쳐서 온다고 했다.
방금 악재라고 쓰는데 안개라고 오타가 났다.
악재라고 고쳐쓰긴 했는데 안개가 겹쳐온다니, 미스트 같기도 하고.
아니 아무튼, 악재가 겹쳐서 왔다.
다른 게임 하는 와중에 랜덤다이스 광고가 떠버린 거다. 게다가 플레이어블로.
주사위를 몇 번 합치던 나는 그대로, 부드럽게 바로 앱을 다운로드 하고 플레이를 시작했다.
이걸로 이제 111%의 랜덤다이스와 나의 악연이 시작되어버린다.
사실 오래되지도 않았다. 한달? 되었나? 모르겠네.
젠장맞을. 내가 왜 이딴 게임을 시작해서, 이딴 회사를 좋아하게 되어서, 이걸 했냔 말이다.
갖고 싶은 주사위들이 있고, 뽑기 상자가 있고.
해보고 싶은 덱 구성이 있고, 빌드가 있고.
남들과 경쟁하고 혐동도 하고.
무엇보다도 딴짓 하면서 한 손으로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과 단순성이 주는 매력은 너무 좋았다.
아니 너무 이러니까 광고 같은데 안 좋은 말을 할 타이밍을 재는 중이다.
왜냐하면 내가 애초에 이 글을 시작한 이유가
이 빌어먹을!!!! 버그 때문에!!! 게임을 못하고 있어서!!! 시간이 남아서 쓰는 거니까!!!!!!!
아아아아아아아악!!!!!
내가 여기 가져다 바친 돈이 그 짧은 시간동안 얼마인지 알아!!
근데 나에게 이러냐!!!!
주말내내 게임을 못했다고!!!
게임을 실행만 하면 먹통이 되었다. 그냥 까만 화면밖에 안 나왔다.
수십번을 껐다 켰고 지웠다 깔았다.
대체 왜 이딴 버그가 걸리는 거야 진짜.
다른 기기를 써봐도 그렇고 게스트로 로그인을 하면 또 로그인이 된다.
이게 뭔 미친 경우야 진짜.
응?
재미라도 없고 몰입이라도 시키지 말든가 진짜!!!!!!!
돈은 돈대로 다 써서 부랴부랴 주사위 긁어모아가며 히힛 히힛 하고!!!!! 응!!!!!!!
한창 주사위 다 모아서 재미좀 보려고 연승가도 마악 올라탄 핫뉴비한테 이래도 되나 진짜!!!!
너무 슬퍼서 어떻게든 공식 홈페이지도 없는 이 회사에 버그로 인한 접속 불가 메시지를 보내야했다.
그런데 뭐 공홈이 있어 뭐가 있어.
나랑 비슷한 버그에 걸린 이들의 분노 가득한 욕설 팬게시판 밖에.
그래서 내가 결국 문의 보낼 구멍을 찾다가 내가 찾은 게 뭔지 아냐!
내가 옛날에 이력서를 보냈던!!!!!
그 메일 주소다!!!!!!!!!
그 무참하게 씹혔던!!!!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도 모르는 그!!!!!!!!메일 말이다!!! 구직메일!!!!!!
부관참시라도 하듯, 나는 4년전에 포트폴리오를 보낸 메일을 검색해야했고, 메일 주소를 찾아 정성스럽게 버그 리포트를 간단하게 써서 보냈다. 물론 그건 금요일.
그런데 음, 뭐랄까 이 게임은 하루만 접속을 안해도 손실이 생기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무슨 말이냐면 뽑기를 하려면 뽑기를 위해 뽑기를 돌리는데, 상점을 초기화 하는 기회가 쿨타임이 있다. 그래서 시간마다 돌려줘야 하고, 하루에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무료 기회를 한정해서 제공해준다.
그걸 주말동안 못하는 거다!
아 이럴거면 게임이라도 좀 재미없게 만들든가!!!!
나는 이게 너무 재미있어서 내 친구들 영업해서 클랜까지 만들었단 말이다!!!
근데 정작 영업해온 나는 버그 때문에 게임을 못하고 뉴비 친구들끼리 협동전 하는 걸 손가락 빨며 구경해야한단 말인가.
토요일 아침, 놀랍게도 답변을 받았다. 이야, 뭐... 중소기업은 주말도 없나....하고 살짝 감동할 뻔 했는데 그건 아니었나보다.
뭐 그냥 자동 회신인 것 같은 느낌의 메일 내용은 인게임에서 문의하기 버튼을 누르거나, 이게 어려우면 링크를 누르라는 거였다. 애초에 게임이 안 된다고 메일을 넣었는데 이딴 내용을 회신하는 걸 보니 울화가 반쯤 치밀었지만, 반은 그래도 외부 링크를 보내준 점에서 울화를 누르고 납득하기로 했다.
인게임에서 문의가 가능하면 내가 이런 수고를 했겠냐 진짜!!!!
아무튼 나는 문의를 넣었지만 역시 주말은 그들도 놀아야 했나보다.
나도 직장인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터라 아주, 아주 조금만 기대한 상태로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월요일 아침이 밝았고, 나는 모닝 커피를 내려온 다음 주말동안 받은 손실을 최대한 생각치 않기로 마음 단단히 먹으며 차분하게 앉아 정성을 들인 문의메일을 쓰기로 했다.
이거 쓰다보니 재밌다? 문의 메일 내용을 3편으로 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