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회사는 마치 전여친 같아서(4)
문의메일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때는 추운 겨울이었다.
화장실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을 수 없는 어느 대학 캠퍼스 잔디밭 위에서 나는 심각한 수준의 복통을 느끼며 멈춰 서 있었다.
필시, 이 복통을 해결하는 방법은 하나 뿐이리라.
이미 다리를 꼬아가며 네 다섯번의 고비를 넘기며 가쁜 숨이 목구멍을 넘어 힘겹게 다문 어금니 사이를 비집고 나와 하얀 입김이 되어 허공으로 뿌려지는,
아니 그전에 선생님. 진짜 이 뒷이야기를 원하시는 건 아니시지요?
왜 답이 없으신가요.
어제 하루종일 메일함을 새로고침 했답니다.
그래도 글로벌 게임인데, 대전 퀵매칭을 누르면 어느 고오급 레스토랑 처럼 늦게 나오지도 않을만큼, 그나마 유저 있고 인기 있는 게임인데, 이리도 목마른 핫뉴비를 주말 끼고 4일씩이나 방치 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만으로 1영업일을 지나고 이제 5일차가 되었는데도 저의 귀여운 주사위들은 여전히 모습을 보이지가 않네요.
선생님 이게 어찌된 일인가요.
무슨 말이라도 좋으니 해주시든가 공지라도 하시는 채널이라도 알려주시죠.
아, 혹시 제 돈을 훔쳐가기 위해 설계하신 거라면 그렇다고 말이라도 좀 해주십쇼.
타짜에서 정마담이 '여기는 지금 지옥이에요 이 빙신아.' 한 것처럼 최소한 사기였다고라도 언지라도 달라 이말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선장과 바둑이라도 두며 이 사기판이 끝나고 예림이가 무사하길 기도하는 심정으로 다시 한번 버그를 수정해주실 거라는 믿음을 가져보겠습니다.
선생님, 저는 랜덤 다이스 유저들이 어디서 모여 게임을 하는지 궁금했답니다.
이번 버그사태를 통해 혹시 나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구글에 랜덤다이스를 검색했지 뭡니까.
그런데 웬걸, 랜덤다이스 갤러리라는 포럼은 이미 다른 주제로 먹혀 식민게시판이 되었고 로얄다이스 갤러리라는 아주 마이너한 포럼이 있었답니다.
아, 공식 커뮤니티는 찾기 어렵더군요. 선생님에 sns는 알 수 없는 광고성 게시물과 신작 게임을 홍보하는 게시글이 올라와 있는 걸 보며 혹시 제가 걸린 버그는 안중에도 없는 건가 하는 건 기분탓이겠지요. 그거 공식 계정 아니지요 그쵸? 팬메이드 계정이죠?
공식 계정이면 이런 버그에 공지 하나 없을리가 없잖아요 그렇지요?
휴, 아무튼 말입니다. 포럼에 들어간 저는 조금 놀랐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랜덤다이스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과, 여전히 잘 즐기고 있다는 사실에 말이에요.
저는 서글픈 마음으로 그들의 게임 플레이 화면 캡쳐를 보며 짧게나마 랜덤다이스를 즐기던 제 자신이 떠올랐답니다.
제가 처음 문의글을 넣었을 때, 주말 내내 혹시라도 랜덤다이스를 즐기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슬프다는 문장을 기억하시나요?
그 슬픔이 조금 아무는가 싶었는데 이제는 기억을 끄집어내서 마음을 후벼파더이다.
야, 너는 나랑은 그렇게 철벽치면서 쟤네랑은 왜 그렇게 재미있게 노는건데.
왜 쟤네랑은 그렇게 행복하게 그러는데.
쟤네는 욕도 하고 이거 망겜이라고, 망했다고 뉴비 오지 말라고 막 그러는데,
왜 나한테는 이러는데.
슬픈 마음과 더불어 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저와 같은 버그에 걸린 사람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의외로, 꽤 있는 걸 보며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와 함께, 왜 선생님들이 아직도 가만히 계신가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 저는 이제 점심을 먹으러 갈 예정입니다.
선생님도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는 가시겠지요.
목이 메이는 건 저만 할테니 선생님은 부디 맛있는 밥을 드시기 바랍니다.
맛있는 밥을 드시고 밥값을 좀 해주시면 좋겠다는 그런 말은 아닙니다.
그냥, 선생님과 저 둘 중 하나는 맛있게 먹으면 좋잖아요 그렇죠?
아무튼, 아. 혹시 모르니 증상을 함께 적어드리겠습니다.
우선 기종은 -- 입니다.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로딩이 끝나면 (게임 대기열에 진입중이라는 문구가 마지막으로 보입니다.) 게임 화면이 까맣게 나옵니다.
앱 종료 이후 재시작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게임 삭제 - 재설치 시
개임센터 로그인 -> 같은 증상입니다.
익명 로그인 -> 됩니다.
그런데 계정 연동 이후 로딩이 끝나면 다시 로딩이 시작되네요. 무한히요.
휴, 이너피스 해야지.
제발... 여기서 끝났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