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 한 줄 지우기
언젠가 반드시 자랑해야겠다고 생각한 다락 시어터가 있습니다. 무려 130인치가 넘는 베젤리스 액자형 스크린을 직접 손으로 만들고... 5.1.2 채널이라는 생소한 스피커 구성에 평생 들어보지도 못했던 온쿄라는 브랜드의 리시버라든가 하는 뭔가 잡다하지만 알찬 구성의 무언가를 만들어냈거든요.
아 일단 오쿠라 사진 보고 가세요.
얘네들은 하루가 다르게 큽니다. 신기하게 콩나물 같기도 하고 그래요. 뭔가 귀여운데 접사로 보면 좀 달라 보이려나 싶어서 아이폰 13 프로 맥스의 접사 기능을 드디어 써봅니다. 카메라가 좋으면 뭐하겠어요. 이럴 때 쓰고 그러는 거지.
정말 귀엽지 않나요? 내 새끼라 그런가? 솜털도 보송보송하고요. 집에 오쿠라 씨앗이 더 있는데 그릇에 물을 받아서 발아를 직접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이 친구들도 물을 줘야겠지요.
저는 이런 농담을 좋아합니다. 컵에 컵이라고 쓰여있는 뭐 이런 거요. 자꾸 요즘 농담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습니다. 입에 붙었는데 나름 약간 낭만 있는 단어인가? 하고 생각하다가도 아저씨 같은 뉘앙스도 있는 거 같아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 중입니다. 아무튼 물 주는 김에 제 새끼 하나 더 소개해드리면.
요놈은 명경이라는 철쭉입니다. 난데없이 선물을 받아서 키우는 중이에요. 꽃이 피면 엄청 이쁘다는데 개화시기가 머지않았어요. 엄청나게 기대하는 중입니다.
오쿠라들은 한 달 정도 자라면 저기 선배님들 계신 뒷마당에 심어줄 거예요. 여름쯤이면 먹을 수 있을까요? 성공적으로 자라준다면 이 녀석들로 요리를 해먹을 겁니다.
아무튼 다락 시어터 이야기해봅시다.
원래 말이에요. 이 카페를 지을 때부터 마음속 깊은 곳에 로망을 실현시킬 생각이 꿈틀댔죠.
여기 천장 위. 그러니까 다락이라고 할까요? 이 공간이 남아서 창고로 쓸까 어쩔까 고민을 많이 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건 내 버킷리스트를 실현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대충 검색한 다음에 빔 프로젝터를 주문했죠. 대기업에서 나온 보급형 모델을 말이에요.
여기서 이제 재앙이 시작됩니다.
반도체 파동으로 수급이 어렵대요. 제 앞에 주문한 사람도 8개월은 기다렸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왕 사는 거 제대로 된 거 산다, 하고 저는 그 길로 홈시어터의 길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아무튼 빔의 가격은 천차만별이에요. 지금도 다나와나 유튜브에 검색하면 끝도 없이 쏟아지는 게 빔 리뷰고 정보고 뭐고 합니다. 근데 용어도 거지같이 어려워요. 몇 날 며칠을 정보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다가 나름의 규칙을 세우기로 했습니다. 4K, HDR. 이 두 개의 옵션 중에서 리뷰 많은 거. 100인치가 넘어가는 면적에서도 시청에 방해받지 않는 선에서 사수해야 할 옵션이었어요.
결과적으로 주사율이 120까지 지원되는 빔을 얻었어요. 행복했지요. 생에 첫 빔을 샀단 말입니다. 처음 사려고 했던 거보다 몇 배는 예산이 더 들었지만...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문제가 좀 셉니다. 스피커랑 스크린은 어떻게?
스크린은 천차만별이에요. 근데 사진 보시면 아시겠지만 면적이 진짜 넓어요. 130인치는 훌쩍 넘는단 말이죠. 저 벽을 다 가려버리고 싶은데 130인치 되는 스크린을 주문하려니 이게 너무 비싼 거예요. 그렇다고 싼 걸 사자니 내키질 않았어요. 빔이 좋으면 뭐해요. 스크린이 나쁘면 꽝인데.
그래서 무슨 짓을 했느냐.
직접 만들어버렸습니다.
아 근데 사진보다 보니까 이거 전 순서가 스피커네요. 스피커를 먼저 샀네. 저 사진에 누워있는 길쭉한 스피커 보이시나요? 프런트용 톰보이 스피커인데 하, 이거도 사연이 있는데. 스피커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눈물겨운 이야기가 있단 말입니다.
자! 내가 빔을 샀어요. 그러면 홈시어터로 넘어가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란 말이죠. 근데 저는 평생 동안 가장 많은 채널로 쓴 스피커가 2 채널이었단 말이에요? 그래서 스피커를 흔히 말하는 5.1 채널. 6개를 연결해서 쓰려면 어떻게 해야 되지? 하는 궁금증이 들기 시작했죠. 빔에 스피커 단자 꽂는 건 하나였거든요.
근데 쓰다 보니 이게 유용한 정보인가 싶네요? 궁금한 사람이 물어보기 합시다. 아무튼 소스기기에서 사운드 정보를 받아 각각의 스피커에 부려주는 기기가 필요한데 이걸 리시버라고 해요. 이 리시버에서 영상 정보는 빔이나 TV에 보내주는데 이게 열 받는 부분이 있습니다.
빔이 4K를 지원해줘 봐야 리시버가 지원 안 해주면 도루묵입니다. HDR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리시버 옵션도 진짜 중요하고 또 제조사마다 특색도 달라요. 지원 포맷은 당연히 다르고. 와. 오디오 포맷이 그렇게 다양하다는 걸 처음 깨달았습니다.
이 시스템을 구축하다 얻게된 교휸은, 소스기기, 출력기기, 리시버 한 번에 모두 기획해야 한다는 겁니다. 절대로요. 지원 포맷 다 확인하고 한번에 구축해서 사야합니다.
이걸 확인 안 해서 나중에 고생을 추가로 했는데 아무튼, 수백수천이 넘어가는 이 오디오 시장의 혼란한 틈새에서 매일 중고 시장과 사운드 커뮤니티를 전전하다 타들어가는 심정으로 초췌해진 이 오디오 뉴비가 입문용으로 너무나도 분에 차고 넘치는 기기를 득템 합니다.
보이시나요? 지금 생각해도 눈물겹습니다. 한동안은 하루에 한두 번은 리시버를 쓰다듬어줬어요. 온쿄라는 브랜드의 제법 그럴듯한 리시버와 함께 5.1.2 채널 스피커 셋을 적당한 가격의 중고로 냉큼 구입해버렸습니다.
와 울 뻔했어요. 아. 5.1.2 채널은 5개의 주 소리가 나는 스피커. 그러니까 앞에 중앙 스피커, 옆으로 톰보이라는 길쭉하게 세워진 스피커 두 개, 그리고 뒤쪽에 리어라고 부르는 위성 스피커 두 개가 있고요. 그리고 저음을 웅장하게 꽝꽝 울려주는 우퍼와 애트모스라고 천장에 달아놓은 서브 스피커 두 개가 구성된 스피커 셋이에요.
7.1로 구성해도 되는데 애트모스를 어떻게 할까 하다가 돌 비사에서 제안하는 배치 방식을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뭐든 전문가가 추천해주는 게 제일 좋죠 뭐.
아무튼 이제 스크린. 이 죽일 놈의 스크린은 원단을 미국에 주문하고 프레임은 국내 파이프 가공 업체에 재단을 의뢰해서 모두 손수 조립했습니다. 원단은 거의 한 달 가까이 걸려 들어오고, 그 원단을 파이프에 씌운 다음에 플라스틱 호스를 잘라 끼워서 만든 거예요. 그냥 영상만 나오면 끝이 아니고 저 벽 전체를 스크린으로 가리고 싶었다 보니 엄청나게 큰 사이즈가 되었어요.
죽을 뻔했습니다. 진짜. 다시 만들라고 하면 절대 다시 안 만들 거예요. 팽팽하게 만들려면 텐션을 순차적으로 걸어줘야 하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근데 호스가 미치도록 안 끼워져요. 괜히 비싼 게 아닙니다. 비싼 건 이유가 있는 거예요.
아무튼 빔이나 스피커나 스크린이나 쓰려면 각각의 요소에 할 이야기가 산더미예요. 언젠가... 말할 기회가 오겠죠 뭐. 아무튼 이렇게 탄생한 저의 다락 시어터입니다.
여기서 향초 피우고 플스로 게임하면 너무 좋아요. 히히. 근데 아직도 웃기는 건 빔을 100% 활용 못하고 있다는 거예요. 처음엔 리시버가 4K는 지원하는데 HDR을 지원 안 해서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다가 소스기기와 리시버의 연결 순서도 바꿔보고 음성과 영상 신호를 HDMI에서 분리해서 각각의 출력기기로 쏴주는 분배기를 사서........
라는 엄청 긴 이야기가 있는데요. 그래 봐야 소스기기가 출력을 못해주면 의미가 없거든요? 근데 그러려면 플스 5나 엑스박스 시리즈 X를 사야 하는데요. 이거 지금 못 사더라고요. 아니 정가로 살 수가 없어요. 판매 물량이 풀릴 때마다 천하제일 매크로 대회가 열리기 때문이에요. 플스는 추첨이라도 하지.
그래서 지금은 플스 4 프로와 크롬캐스트 4 조합 정도 선에서 만족하고 있어요.
아무튼 이렇게 다락 시어터가 있고요.
옆에는 약간 힐링공간처럼 숨어있을 수 있게, 숨어서 밑을 내려다볼 수 있게 선베드와 동물친구들을 배치해두었죠. 음흉한 공간입니다.
아! 밑에 나무 바닥은 보강공사를 따로 했어요. 각목을 잘라서 하중이 천장 전반에 분산될 수 있도록 깔고 위에 베니어판을 덧대었죠. 이것도 엄청난데 이 공사는 셀프 인테리어 이야기할 일이 있으면 해 볼게요. 옆에 삼나무 마감재도 직접 한 거랍니다.
사다리도 제가 만들었어요. 삐뚤삐뚤하지만 수제의 매력이라고 해주세요.
위에서 가게를 내려다보면 이런 풍경입니다. 여기서 커피 한 잔 마시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