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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라라고 아세요?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by 이승준

'오쿠라'라는 채소가 있습니다. 혹시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작년에 처음 먹어본 건데 이게 식감이 묘해요. 생긴 건 꼭 고추처럼 생겼고 잘라놓은 단면은 피망과 닮았습니다. 그렇데 입에 넣고 씹어보면 아무 맛도 안 나는데 식감이 이상하게 미끌거리고 거품이 난단 말이죠? 진짜 신기한 채소예요.


오쿠라는 일본에서 꽤 메이저 채소로 쓰인다고 합니다. 이게 맛보다는 식감으로 먹는 채소다 보니 어디에 데코로 올려도 괜찮은 거예요. 샐러드로도 먹을 수 있고 낫토랑 같이 요리로 해 먹어도 맛있고요. 너무 맛있는데 생각보다 파는 데는 많이 못 본 거 같아요.


그러다 제가 오쿠라 씨를 얻었습니다. 정확하게는 발아한 오쿠라 씨앗이 담긴 화분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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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카운터에 올려놓은 오쿠라 화분입니다. 이 앙증맞은 녀석들을 다섯 화분 받아왔어요. 한 번 잘 키워서 요리를 해 먹어 볼까 생각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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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라 씨앗을 물에 잠기게 두고 씨가 말아할 때까지 두었다가 발아하면 화분에 심는데요. 화분에 심어서 어느 정도 키가 크고 나면 카페 뒤 텃밭에 심을 예정입니다. 본격적으로 키워서 오쿠라를 재배할 거대한 야망을 꿈꾸는 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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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지 않나요? 제 새끼입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아요.


한 달 정도 제배해서 밭으로 갈 예정인데, 이 아이들은 제가 처음으로 제배하는 녀석들이란 말이에요? 그래서 가만 생각해보니 이것이 귀농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이게 귀농이지 뭐야. 나는 청년 농부...?! 하는 생각이 들어 냅다 제배 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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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김에 겸사겸사 제가 서울에서 마케터로 몇 년간 열일 하다가 문득 현타가 와서 다 접고 시골에서 살고 있거든요. 일기처럼 쓰면 재밌지 않을까 해서 이 오쿠라 사육을 계기로 저의 한가로운 시골생활을 쓰면 어떨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막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는 야생너구리 이야기 같은 거나 옥수수 바로 꺾어서 쪄먹는 이야기 같은 거 쓰면 재밌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저희 가게에 자부심도 나름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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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타공인 우리나라 최고의 돌팔이 아버지가 모아 오신 자연물에 둘러싸인 이야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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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팔이 아버지 밑에서 돌을 닦는 카페 사장 아들내미가 꾸미는 가게의 이야기를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길게 쓸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귀찮아하지 말고 꾸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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