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화석
일단 오늘의 오쿠라 근황입니다. 너무 큰 기대를 했나요? 그렇게 많이 자란 모습은 아닙니다. 음. 좀 더 파이팅해서 자라주면 좋겠는데 말이에요. 혹시 본인들의 운명을 알고 있어서 게으르게 크는 건 아닐까요? 앞으로 물 주면서 어서 먹고 싶다는 마음은 버리겠습니다.
짠! 오늘은 나무화석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희 카페의 아이덴티티이자 아버지의 기나긴 돌의 길에서 만난 정점 같은 녀석들이죠. 화석이라는 단어는 낯설지 않습니다. 공룡 화석도 있고 모든 유기체는 어딘가 묻혀있다 보면 화석이 되기 마련입니다.
시간이 몇 만년씩 걸려서 그렇죠.
나무 역시 유기체다 보니 화석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화석은 상당한 미적 가치를 가지고 있죠. 공룡 뼈 화석 같은 걸 보며 심미적인 부분을 추구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나무는 이야기가 다르잖아요? 누가 보더라도 공통적으로 멋있다. 혹은 이브다고 할 수 있을 거예요.
나무화석은 만들어진 곳의 환경에 따라 모양도 색도 천차만별입니다. 특히 나무 고유의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며 화석이 된 친구들은 상당한 가치를 가져요. 이 중에는 제 연봉 보다도 비싼 녀석들이 있고 제가 평생 받아온 연봉을 다 합친 것 보다도 비싼 녀석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가격은 누가 매길까요?
항상 궁금했습니다. 비단 화석뿐만 아니라 아버지께서 젊었을 때 거래하시던 수석 같은 것도 말이에요. 아버지는 낯선 곳에서도 강에 가셔서 돌을 주워 아무 가게나 들어가 팔고 숙박비를 버신 적도 있고 값싸게 산 돌을 그 자리에서 수십 배로 되판 전설 같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런데 가격을 대체 어떻게 매기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이해가 조금씩 되고 있습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희귀성. 그리고 희귀한지 볼 수 있는 오래도록 개인적으로 쌓아 올린 데이터와 물밑 시장에서의 유통 상황에 대한 통찰력이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짬바인 거죠.
모양과 돌질을 보고 비슷한 레벨 군에서 거래해온 데이터가 생기고, 이 나름의 데이터를 가지고 가격을 붙여 반응을 보며 조절해나가고, 이게 또 수많은 데이터가 되어 돌에 가격을 붙이게 되는 겁니다.
사실 자연물은 똑같은 것이 없기 때문에 부르는 사람 마음이고 사는 사람 마음이긴 하지만요.
모든 것을 통틀어 가격을 정하는 방법에 대해, 아버지께서는 항상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돌에는 주인이 있다.라고요.
돈이 아무리 없어도 비싼 돌을 기어이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돈이 아무리 많아도 만 원짜리 돌 하나 못 사는 사람이 있다고요. 저는 이 말을 정말 좋아해요. 시간으로 만들어낸 귀한 통찰이지만 결국에는 운명이 정해주는 느낌이잖아요?
저도 자꾸 보니 정이 들고 그래서 어떨 때는 판매되는 게 아쉽기도 하고 그래요. 그래서인지 항상 아버지의 손님들은 감사하다고 하십니다. 신기하죠? 우리는 판매자인데 구매자가 감사하다며 연신 인사하고, 어떤 때는 구매하는 게 미안하다시면서 선물을 들고 오실 때도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물론 우열을 가릴 수는 없겠지만 가장 비싼 화석이 무엇인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 질문에는 아주 단호하게 이 화석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지요. 지금 공사 때문에 위용이 죽어있지만 아무래도 희귀성으로 따진다면 세계에서도 탑레벨인 화석입니다.
가지와 뿌리가 모두 보존되어있는, 무려 30m, 26t짜리 화석입니다.
이 화석은... 조금 비운의 화석인데요. 재작년 도로 무슨 배선 공사 중에 옆구리가 다치는 치명적인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직 공사 사측과 소송 중인 화석이에요. 하루빨리 모든 게 끝나서 다시 이전처럼 멋지게 전시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전에는 작은 동산을 만들어서 잔디를 심고, 그 위에 전시해두었었거든요.
언젠가 궁금해서 이건 아버지께 얼마면 파시겠냐고 여쭤본 적이 있어요. 그럴 때마다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다 하시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 사람이니까 이 정도 주면 팔아봄직하다 싶은 금액이 있으시냐 질기게 여쭈어본 적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잠시 생각하시다가 30억? 하고 대답하십니다.
그런데 사실 그거 줘도 아까워서 못 판다고. 이건 돈으로 어찌해볼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하시지요. 돈은 상징적인 거라고. 자연에 비한다면 크게 의미 없는 거라고요. 역시 아버지가 살고 계신 세계는 아직도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