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회사를 고소하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사말을 쓰니까 굉장히 어색하네요.
사실 굉장히 글을 쓰는 이 순간이 굉장히 어색합니다. 엄청 오랜만에 뭔가를 써보는데요. 그동안 글을 못 쓴 건 뭐랄까.
제가 결혼을 했습니다!!
와하하하하! 그동안 브런치에 우울하니 어쩌니, 누가 뭐 상처를 줬고 회사에서 욕먹고 잘리고 우울하고 뭐 그런 이야기를 하던 제가 점점 뭔가 다 극복해버리고 말더니 결국 결혼을 했다는 말입니다! 이야 세상에. 저도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 새신랑이지만 아무튼 세상에는 다 짝이 있다는 말이 실감이 됩니다.
아무튼 그래서 요즘 행복하고 삶이 안정되니 아이러니하게도 글이 잘 안 써지더라고요. 뭐랄까요. 결국 저는 삶에 뭔가 고달픔이 있어야 털어놓을 게 생기는 애매한 사람이었나 봅니다. 언제나 굴곡 없이 팍팍 나오면 좋겠는데 이상하게 기쁜 이야기는 잘 못 쓰겠더라고요. 언젠가 밝은 이야기에도 도전해 보겠습니다.
사설이 길었습니다. 이제 본론을 말씀드리면,
제가 책을 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이제 작년 겨울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저는 당시 여자친구와 함께 제주도에 갔더랬죠. 12월이었어요. 제주도는 12월이 좋다는 누군가의 추천을 받고 갔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눈도 적당하고 꽃도 예쁘도. 바람이 살인적이었다는 것만 빼면 많이 춥지도 않고 상당히 쾌적하게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바람이 제가 숨 쉴 산소를 다 뺏어가서 종종 숨이 막히고 뭐 그랬던 기억만 빼면 말이에요.
그러던 와중에 메일이 왔는데요. 브런치북 특별상... 수상이라는 매우 수상한 메일이 왔습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그동안 꾸준히 브런치북 할 때마다 한 번씩 밀어 넣는 저의 귀한 자식 둘이 있는데요. 하나는 제 인생의 자랑거리이자 평생의 술안주인 플랜투비 이야기.
https://brunch.co.kr/brunchbook/ilikebetter
요거, 요거 제가 보기엔 좀 재밌고 의미도 있는데 제 이야기라 그런가..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이뻐 보인댔어요. 사실 이쁜 고슴도치는 누가 봐도 이뻐요. 이 글은 그냥 제눈에만 이쁜 거겠지요. 아무튼 이거랑 하나가 더 있는데요. 제 분노와 화가 가득한 삶의 끝자락에서 있었던 인생 이야기인 <공포의 스타트엄 체험기>가 그것입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fearcoltd
바로 이 아이입니다! 제가 고통받았던 서울에서의 회사생활을 뿌리치고 고향으로 내려오게 만들었던 그 회사. 미친놈들이 똘똘 뭉쳐 직원을 괄시하고 투자자들을 엿먹이고 결국엔 돈도 안 주면서 지들은 차사고 뭐 사고 이것저것 사던. 바로 그 회사에 입사부터 퇴사당하고 고소해서 싸워나가는 과정을 담은 글이지요.
이 글이 수상을 했다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세상에. 그걸 여자친구와 제주도 여행 중에 확인했어요. 그러고 여행 중에 핸드폰을 붙들고 메일을 쓰고 확인하고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알아요. 여행지에서 핸드폰 붙잡고 있으면 혼날지도 모른다는 걸요.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책이 나온다는데요. 그러고 앉아있는 저와 결혼해 준 당시 여자친구, 현 아내는 참으로 천사일 것입니다.
아무튼 그렇게 상을 받게 되고, 많은 일과 시간을 지나와 드디어 8월! 책이 나오게 되었어요. 이 책으로 말씀드리자면 정말 많은 정성과 노력이 들어간 책입니다. 당시 여자친구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그림을 그려줄 수 있는지 물어봤어요. 흔쾌히 수락해 주었고 지금은 아내가 되어서 우리 부부의 이름이 앞표지에 나란히 있는 걸 보며 행복해하고 있습니다.
예전 회사 사진 자료들을 찾아가며 아내에게 보여주고 성격이나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어요. 이렇게 그리면 좋겠다 스케치하면서 보여주고 해서 정말 귀여운 삽화들이 탄생했습니다!
특히 이 책에 등장하는 빛 매니저님은 저희 결혼식에 사회도 봐주셨어요. 언젠가 아내와 한 번 만날 자리가 있었는데 몇 마디 나눠보고는 마음속으로 결혼식 사회는 이 사람이라고 정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이분이라면 아무 걱정 없이 맡길 수 있겠다며 거의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본인 모르게 우리끼리 웃으며 밥도 사고 인사도 하고 하면서 물밑 작업을 했더랬죠.
아직도 가끔 결혼식 하객 중에 사회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회자를 외부에서 고용한 줄 알고 있어요. 그럴 때마다 역시 안목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가슴이 펴집니다. 역시 빛 그 자체이십니다.
글도 많이 다듬었고 내용도 많이 수정했어요. 출판사의 도움으로 날 것 같았던 글이 그나마 생명을 얻어 부끄러움을 조금 덜 느낄 수 있도록 정돈되어 나왔습니다. 인문앰엔비에 다시 한번 감사말씀을 드립니다. 정말 엄청난 노력과 정성이 들어간 책이에요.
휴.
저의 바람이 있다면 이 이야기를 모르는, 저 책의 빌런들이 지들 이야기인 줄도 모르고 책을 사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아직도 받지 못한 채무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 세상의 공정함 수치를 조금이라도 맞출 수 있게 하라는 큰 뜻도 있습니다.
아무튼 오랜만에 글을 쓰니 너무 좋아요! 사실 이것저것 써보려고 노력은 해보았는데 뭐든 손에 잘 안 잡히더라고요. 아무래도 삶이 말랑해진 게 몇 해 안 되어서 적응 중인 것 같습니다. 사실 뭔가 토해내고 싶어서 시작한 글쓰기였는데 이렇게 책도 나오고, 뭔가 기분이 묘합니다. 아니 묘하다기보다는 행복하네요.
이걸 보는 여러분도 꼭 행복하세요.
뭔가 급 마무리하는 인사 같지만 저는 이제 지게차를 운전하러 가야 합니다.
두서없이 갑자기 쓰는 글이지만.. 이렇게라도 책이 나온 걸 알리고, 또 기념하고 싶었어요.
감사합니다!!
뭔가 남기고 싶을 때 다시 쓰러 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