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리는 리본을 참 좋아합니다.
초록색 벨벳 같은 리본이 나풀거리면 빛 받아서 반짝 반짝 하며 사라지는 게 고양이의 시선을 잡아끕니다.
열심히 고개 흔들며 공중에서 흐느적거리는 리본 움직임을 쫓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앞발이 들리나봐요.
어느새 앞발을 들어 리본을 잡으려고 노력합니다.
안테나 같은 수염은 앞으로 쏠려있고 주둥이 양 옆은 도톰하게 부풀어서,
자기도 모르게 살짝 나온 앞발의 발톱이 하얗게 보이고,
휘적거리는 움직임에 서서히 신중함이 깃들때 쯤,
착. 하고 리본이 잡히게 되는 것이지요.
허겁지겁 입에 넣어 물어보려고, 혹시 리본이 도망갈까봐 앞 발로 꾹 누르고,
놓아주지 않으려는 생각이 들 때 쯤이면 이게 리본이라는 사실을 깨닫나봅니다.
그렇게 잡은 노력에 비해 허무하게 놓아주었다가도 다시 정신차려보니 이내 아쉬운지 또 앞발을 들고야 마는,
아무래도 고양이의 본성인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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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는 아내 초아와,
글 쓰는 남편 승준이 사는,
초승하우스에 어서오세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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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글몽글한 기억의 단편을 기록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