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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고양이 Jan 04. 2017

고양이에게 곰을 설명하는 방법

겨울이 되었더니 고양이 살이 통통하게 올랐다. 털도 보들보들하게 나서 끌어안으면 감촉이 참 좋다. 여느 날처럼 나는 작업을 하고 있고 고양이는 식빵 모양의 자세를 하고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면 이내 야옹 하고 울어버리고 마는 이 고양이의 이름은 몽블랑, 줄여서 랑. 올해로 2살 먹은 나의 사랑스러운 깜장 고양이이다.


한 번은 그런 모습이 너무 곰 같아서 랑이에게 말을 걸었다.


'랑아 그러고 있으니까 꼭 곰 같아 너.'


하고 말하니 고양이는 여전히 그 매력 넘치는 눈으로 빤히 바라볼 뿐이다. 아 고양이는 참 곰을 모르나? 하고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고양아 곰이라는 건 말이야.'

'덩치는 이만큼 크고 털은 너처럼 이렇게 보들보들? 아마도?'

'만져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너랑 비슷하게 난 동물이야.'

'그리고 쿠왕 쿠왕 하고 울어.'

'연어도 잡아먹고 막 산속에서 다른 동물도 잡아먹고 아마 너도 앞에 있으면 왕! 하고 잡아먹을 걸?'


열심히 설명해주어도 고양이는 여전히 나를 빤히 보고 있다. 내 목소리가 들릴 때 간간히 꼬리를 흔드는 일 말고는 별 반응이 없다. 그래도 나는 열심히 곰을 설명해주기로 한다. 무릎에 앉혀 한 손으로 꼭 끌어안고 한 손으로는 인터넷에서 열심히 곰 사진을 찾아서 보여주고 곰 공영상을 찾아서 울음소리를 들려준다. 고양이는 조금 얌전히 보고있나 싶다가도 다 싫다는 듯 발버둥을 치며 자기 집으로 도망을 간다.


4년 차 솔로 노란색 고양이 집사와 동거 중인 검은색 고양이 랑이의 일기.

고양이에게 곰을 설명하는 방법.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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