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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고양이 Jan 10. 2017

구 까까 현 랑이

지금이야 길쭉길쭉하지만 이 고양이는 처음 만난 날부터 범상치는 않았다.


'고양이 좋아하시니까 한 마리 데려갈래요?' 하고 회사에 있던 여직원이 물어보았다.


내 사방이 고양이 관련 상품으로 넘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고양이에 환장한다는 걸 들킨 것 같았다. 여직원은 자기 친구가 고양이를 아주 많이 기르는데 이번에 낳은 새끼 다섯 마리를 분양 보낼 계획이라고 했다. 나는 흔쾌히 오케이 했고 아가 고양이 사진들을 보면서 '이 까만 고양이가 좋아요!' 하고 말했다.


형제들 중에서도 가장 성격이 활발하고 낯을 안 가린다고 했다. 다른 아가들은 다 숨어있는데 고 녀석만 밖으로 나와서 대든다고 했다. 이 고양이 하나 있으면 혼자 사는 게 참 심심하지 않겠구나 하고 고양이가 분양 오는 날만을 기다렸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진 보여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보통 고양이는 어미 젖을 충분히 떼고 분양 보내는 게 좋다고 했다. 아가들 건강도 그렇고 고양이 나름의 사회성이 길러지려면 그 정도는 어미품에서 자라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6월에 태어난 고양이지만 분양은 찬바람 불기 전 늦가을이어야 했다.


이 녀석을 분양받는 것도 쉽지 않았다. 여직원의 친구가 여직원의 집으로 고양이를 데려오고 잠시 맡아두면 내가 가서 데려오기로 했는데 문제는 내가 사는 곳은 서울이고 그녀의 집은 인천이라는 것. '어떻게 데려가시게요?' 하고 묻길래 나는 별 고민 없이 차를 렌트한다고 했다.





'이름은 까까래요. 까매서 까까.'


네이밍 참 껄끄럽다.


꼭 애기들 먹는 과자를 귀엽게 부르는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입에 와서 붙질 않는다. 이름은 내가 다시 지어주어야지 하면서 기다린 게 몇 달, 드디어 고양이를 데리러 갈 날이 되었다. 펫샵에서 고양이 용품을 죄다 쓸어담았는데 애기가 생기면 이런 마음으로 쇼핑을 하게 될까 하면서 한 보따리를 짊어맸다. 미리 렌트해 둔 차를 타고 한달음에 인천으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여직원과, 고양이를 분양해주고 있다는 그녀의 친구가 함께 무언가를 안아 들고 서있었다.


'어떤 거 사셨어요?'


하고 분양하시는 분은 내가 산 용품을 이리저리 살펴보셨다.


'아고 모래는 이걸 추천해 줬으면서 화장실은 이걸 주셨네.'

'이건 아직은 필요 없는데.'

'사료는 이거 먹이면 괜찮을까요?'

'이거 말고 더 필요한 건 없을까요?'


안절부절 묻는 나에게 그분은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데요?'하고 웃어주셨다.


그러고 나서야 품에 안았던 까만 덩어리를 내게 건네어주셨다. 그것이 나와 평생 살게 될 까만 고양이, 랑이와의 첫 만남이었다. 나는 그 작고 따뜻한 것이 품에 들어왔을 대 기분 탓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묵직하다, 하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아이가 차 소리를 싫어해서 많이 울어요.'


품 안에서 바들바들 떠는 그 고양이를 나는 추울까 봐, 그리고 싫어하는 소리를 좀 덜 들으라고 이동장에 넣어주었다. 혹시라도 추울까 봐 안에 담요나 깔개나 이것저것 잔뜩 채워 넣고서 고양이를 살며시 놓아주었다. 그분은 한참을 고양이를 보면서 나에게 작은 봉투를 건네어주셨다.


'아이가 먹던 밥인데 사료 안 사셨으면 당분간 이거 먹이시라고 하려고 했어요.'

'먹던 거니까 이거랑 섞어주시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다시 고양이가 있는 쪽을 보면서 한마디 하셨다.


'까까야, 잘 살아야 돼.'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고양이는 엄청나게 울어댔다. 너는 몸집도 작은놈이 야옹야옹 크게도 우는구나 하며 핸들을 잡고 있었다. 고양이 쪽을 힐끔힐끔 보면서 기분 좋게 운전하고 있던 와중에 옆 차선을 살짝 빗겨나갔었나 보다. 둔탁한 충격음에 정신이 바짝 들어 왼쪽을 바라보니 화물트럭 하나가 나를 덮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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