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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고양이 Jan 23. 2017

동거 1일차

급하게 핸들을 틀었지만 충돌을 피할 수 없었다. 트럭이 차문부터 앞범퍼까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뜯고 지나갔다. 차를 세우고 나는 내가 진정하기도 전에 귀를 뚫고 울어대는 고양이의 날카로운 울음 소리에 정신이 들어왔다.


안그래도 울어대던 고양이였지만 정말 크게 놀란 것 같았다. 쉴새없이 엄청난 목청으로 울어대는 통에 연신 고양이에게 사과했다. '고양아 미안해. 형이 잘못했어.' 물론 소용은 없었다. 나는 일단 차를 내려 사고를 수습했고 더이상 운전이 불가능한 렌트카를 견인보냈다.


그러고 나니 이 까만 밤에 나는 충격이 좀 남았는지 얼얼했던 왼쪽 손에는 커다란 보따리 두 개가, 오른 손에는 연신 시끄럽게 야옹야옹 울어대는 고양이 이동장을 들고서 난생 처음 와본 동네 한 복판에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다. 조그마한 게 목청은 왜그렇게 큰지. 길 가는 사람 모두 나를 쳐다보며 '어머 고양이 샀나봐.' 하고 수근거리기도 했다. '산 게 아니라 입양한 거예요.' 하고 목까지 하고픈 말이 차올랐지만 너무 지친 탓에 길 바닥에 주저앉아 어떻게 집에갈 지 고민에 빠졌다.




'아이쿠 우리집에도 두 녀석이나 있는데 이놈은 목청이 아주 좋네.' 택시 기사 아저씨가 해주신 말씀이다. 우는 고양이를 어떤 택시가 태워줄까. 걱정반 지침반으로 택시를 잡다가 몇 대의 택시 기사 아저씨들이 그냥 지나쳐 간 이후였다. 열심히 고양이를 달래보았지만 알아들을 리 없는 고양이는 세상이 떠나가라 울어대며 발버둥쳤다. 나는 이동장을 품에 꼭 끌어안고 괜찮다고 괜찮다고 열심히 말해주었다.


나는 차마 집앞까지 가자는 말을 할 수가 없어서 집 근처의 대로변에서 내렸다. 아직 얼얼한 손에는 큰 짐들이, 오른 손에는 큰 소리로 울어대는 작은 고양이가.


'조금만 기다려 고양아 조금만.' 하며 달래고 걷는 중에 고양이가 추울까봐 바람을 막으려 이동장을 덮은 담요가 떨어졌다. 고양이가 앞발을 열심히 창 밖으로 저은 노력의 결과였다. 그러고 그 작은 앞발을 어떻게든 뻗어 이동장 손잡이를 쥔 내 손을 꼬옥 붙잡았다. 내려다 본 내 시선과 이동장 안에서 겁먹은 고양이의 눈이 마주쳤다. 고양이의 불안함이 떨림으로 내 손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일순간 고양이의 울음이 멎었다.


'불안했구나.'

'무서운데 그 안에 너 혼자라서.'

'형이 미안해.'


나는 이동장에서 고양이를 꺼내어 품에 꼬옥 안았다. 한 팔로 꼬옥 끌어안으니 고양이는 발톱을 세워 내 옷에 박아넣고는 바들바들 떨며 얼굴을 묻었다. 더이상 울지 않았다. 나는 남은 손으로 짐 전부를 챙겨서 남은 길을 걸었다. 그렇게 무사히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오는데에 성공했다.


고양이는 내 생각보다 아주 작고, 아주 심하게 떨었으며, 아주 뜨거웠다.




'너가 어딘가 구석에 며칠 숨어있을 거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거기 들어갈 줄은 몰랐어.'


고양이는 내 컴퓨터 본체와 책상 사이의 아주 작은 공간으로 파고 들어가서 겁먹은 눈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나는 내 냄새가 배었을 것 같은 옷가지 하나를 넣어주었고 그렇게 한참을 고양이와 마주보고 있었다.


그렇게 내 깜장 고양이 랑이는 요란하게 나와의 동거를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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