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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고양이 Jan 27. 2017

창밖을 좋아하는 고양이

랑이는 창밖을 좋아한다. 꽤 높이 있는 층에 살다 보니 지나가는 사람들도 작고 새도 날아다니는 편이다. 그럴 때마다 고양이는 앙, 앙 하고 짧게 울며 안절부절 엉덩이를 흔든다.


그렇게 고양이의 뒷모습을 빤히 보다가 나도 고양이 옆에 남은 창틀에 턱을 괴고 고양이의 시선을 따라가 본다.


'뭐 재밌는 게 있니 고양아?'


창 밖이 별로 새로울 게 없는 나는 고양이의 시선을 따라서 밖을 빤히 보다가 금방 흥미를 잃는다. 

그러다 옆에 있는 고양이 눈을 보니 호기심이 아주 가득 차있다.

그래서 고양이에게 물어본다.


'너는 이 새로울 게 없는 집안에서 죽을 때까지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만약에 말이야 만약에.'

'네가 길고양이로 태어났다면 말이야.'

'너는 아주 귀엽고 매력적인 고양이니까,'

'덩치도 크고 날렵하고 힘도 아주 세니까, 그 구역의 대장 고양이가 되었을 거야.'

'길에 있는 암컷 고양이는 죄다 너한테 반했을지도 몰라.'

'매일 보는 모든 것들이 새로웠을 테고.'

'발톱은 항상 날카로워서 네가 올라가고 싶은 무엇이든 올라갈 수 있을 거고.'

'무언가를 물었다고 해서 혼내는 사람도 없을 거야.'

'대신 추위나 배고픔에 맞서야 할 때도 있겠지만.'

'과연 너는 이 새로울 것 없는 작은 공간의 무료함과 다르게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삶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너에게 다른 삶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말이야.'

'그러면 너는 나를 원망하게 될까?'


깜장 고양이는 그냥 내 목소리가 한 마디씩 끝날 때마다 꼬리를 좌우로 천천히 흔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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