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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고양이 Feb 07. 2017

무슨 일이 있어도
너랑 같이 살고 말겠어

랑이를 무사히 집에 데려오긴 했지만 나는 정말 큰 난관에 부딪혔다.


바로 알레르기였다.


세상에 고양이 덕후가 알레르기라니. 이 말도 안 되는 사실은 랑이가 집에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바로 알 수 있었다. 연신 계속되는 재채기와 눈물, 콧물은 꽤 고통스러웠다. 어릴 때 개를 키울 때는 멀쩡했는데 고양이에게는 왜 이렇게 반응하는지 내 기관지가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네가 고양이 알레르기라고?'


친구들은 알레르기 소식을 듣자마자 엄청 웃었다. 너처럼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하필이면 알레르기가 있냐며. 뭐 이렇게 저주받았냐며 놀렸다. 정말 우울한 한 때를 보냈다. 랑이는 하필이면 사람을 좋아하는 탓에 내게 다가와 온 몸을 부비며 골골송을 불렀고, 나는 그에 맞추어 멈추지 않는 재채기를 해야 했다. 너무 귀여워서 안아줄 때마다 눈물을 쏟았고 내 괴로움을 알리 없는 고양이는 얌전히 안겨서 나를 빤히 바라볼 뿐이다.


나는 이제 어찌해야 하나. 이 사랑스러운 고양이를 드디어 만났는데 정작 이런 몸이니 어찌해야 하나. 나같이 괴로운 사람들이 혹시 없을까. 해서 나는 고양이와 동거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들어가 보았다. 그리고 생각보다 애묘인들에게 고양이 알레르기가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나았다는 사실도 함께.


'나을 수 있는 거야?'


나는 두어 달 정도 견디고 함께 살았더니 고양이 알레르기가 나았다는 글을 보았다. 댓글에도 이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몇 있었고 나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고 작은 깜장 고양이를 들어 올리고 빤히 쳐다보면서 말했다.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너랑 같이 살 거야.'


아주 솔직하게, 그날부터 내가 한 짓은 정말 미친 짓이었다. 일단 약국에서 먹는 알레르기 약과 안약을 샀다. 그러고 고양이를 안아 든 후에 고양이 털에 코를 박고 숨을 쉬다가 재채기가 터지고 눈물이 나면 바로 약을 먹고 쉬고 잠잠 해지면 다시 고양이를 안아 들고 하는.


'이딴 알레르기는 내 기관지를 단련하면 돼.'라는 정신 나간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는 고양이는 지 주인이 안아주고 얼굴을 부비니 기분이 좋은지 얌전히 안겨있었지만 나는 정말 죽을 맛이었다. 재채기는 멈추지 않았고 나는 매일 환기와 청소를 하며 동시에 그 말도 안 되는 기관지 단련 훈련을 했다.




그러던 중에 도저히 안될 것 같아 잠시 회사에 랑이를 데려다 놓았던 때가 있었다.

우리 회사의 마스코트가 되었었는데 이 때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으니까 아껴두었다가 생각나면 하나씩 풀어볼까 한다.




결국 내 기관지는 단련이 되었나 보다. 어느 순간 알레르기는 감쪽같이 사라졌고, 지금은 랑이의 보드라운 배에 얼굴을 아무리 부벼도 멀쩡하다. 하지만 이걸 보고 이 정신 나간 기관지 단련을 따라 하는 사람은 제발 없기를 바란다. 정말 고통스럽고 알레르기가 나을 거라는 보장도 없는데 단순히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나의 오기가 만들어낸 단련법이다. 나는 어떤 심정이었냐면,


'너랑 같이 못 사느니 그냥 이렇게 평생 재채기나 하고 우는 게 나아.'

'아니면 차라리 죽던가.'하며 엉엉 우는 채로 고양이 배에 코를 문질렀었다.


뭐 지금은 아주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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