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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도 고양이 Mar 19. 2017

베를린

사람은 배신해


*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베를린을 보실 계획이 있다면 안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






표종성과 동명수는 총알이 떨어졌다.

빈 총을 가지고 둔기 삼아 휘두르며 처절히 싸운 끝에 동명수는 표종성에게 제압당한다.



'찌르라우, 찔러보라우.'


마치 주도권은 아직 자신에게 있다는 듯 동명수는 의기양양하게 도발한다.

자신을 죽여봐야 어차피 변하지 않는다는 것 알고 있지 않느냐면서 말로 회유하려 한다.


'내 돌아가서 아부지한테 잘 얘기할 테니까.'

'여기서 끝내자 성님.'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자기 말이 맞지 않냐고 반문하듯이 턱을 지켜 들고 내뱉는다.


'응?'


표종성은 당장이라도 죽일 듯이 내려보던 눈빛 하나 거두지 않고 숨을 거칠게 쉰다.

한 번 어금니를 깨물어 턱 근육에 힘을 강하게 주었다가 풀어본다.

그리고 한 마디.



'시람은 배신해.'




가끔 사람들이 믿음이나 우정, 사랑 따위의 인간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슬쩍 끼어서 물어본다.


'영화 베를린 봤어요?'


십중 팔구는 봤다고 한다.

그러면 질문을 이어한다.


'거기 보면 표종성이 동명수에게 마지막으로 하는 대사가 하나 있는데, 뭔지 기억해요?'


십중 십은 모른다고 한다.

그러면 나는 그 사람 눈을 똑바로 보고 부드럽게 차근차근 말해준다.


'사람은, 배신해.'


그리고 뒤에 덧붙인다.


'그러니 우리는 사람 같은 거 믿지 말고 고양이 밥이나 주면서 늙으면 돼요.'

'고양이는, 배신 안 해.'


그리고 고개를 휙 돌려 돌아가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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