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혼자 보는 영화가 어느샌가 익숙해졌다.

영화

by 이승준

주말쯤 일어나면 가만히 누워서 배 위에 올라와있는 고양이를 만지작 거리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문득 나가고 싶어지면 통장잔고를 확인하고 잠시 계산을 한다.


‘커피만 마셔도 밥값인데.’


아쉬운 마음에 좀 더 누워있기로 한다. 그냥 있으면 쓸쓸하니 TV라도 켜본다. 그냥 누군가 떠드는 소리가 들였으면 좋겠다 싶어서 웃음소리가 많이 나는 개그 프로그램을 찾아 튼다. 간간히 스피커로 나오는 웃음소리가 썩 괜찮다.




‘하루 정도는 괜찮겠지.’


가끔 돈이 좀 있다 싶으면 오늘은 뭔가 특별할 건 해봐야겠다 하는 결정을 내린다. 자극이 조금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무얼 할까 고민해본다.


눈여겨 보던 맛집은 왠지 혼자 가면 안될 것 같다. 어딘가 가보고 싶은데 어딘가를 못 찾겠다. 대체 남의 SNS에 올라오는 수 많은 힐링 장소들은 나에게 어디에 있을까.


그럼 이제 고민의 끝에는 영화가 남는다. 아주 소소한 일탈의 도구같다는 생각해본다.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다가 혹시 누가 보려나 하는 쓸데없는 걱정에 조금 더 예쁜 옷을 골라입는다.




영화를 즉흥적으로 고를 때의 기준은 많지 않다.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가장 빠른 시간이어야 할 것. 하지만, 팝콘 살 정도 시간은 있는. 그리고 가장 앞좌석이 비어있어야 할 것.


‘목아파서 싫더라. 맨 앞자리는.’


가끔 그렇게 말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편하게 영화가 보고 싶었다면 집에서 나오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며 나도 아프긴 한데 하고 말꼬리를 흐리고 고개만 작게 움직인다.


스크린과 내 사이에 누가 있고 그걸 신경쓰는 게 싫다. 스크린의 압도적인 광경을 온 몸으로 고스란히 받고 싶다. 몸이 조금은 더 자유롭고 싶고 발도 조금은 더 편하고 싶다. 그게 내가 맨 앞자리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그래야 뭔가 오늘의 특별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기분이다.


그렇게 영화를 본다.




가끔 맨 뒷자리도 좋다. 슬쩍 나가서 벽에 기대서서 영화를 보는 것도 좋다. 그러면 영화를 보는 사람들도 한 눈에 들어온다. 나랑 같이 한 곳을 보고 있는 모습이 좋다.




최근에 친구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이야기 하다가 우연히 요즘 흥행하는 영화 이야기가 나와서 그럼 오늘 보러가자, 라며.


자리는 가운데가 좋겠냐는 말에 나는 맨 앞자리가 좋다고 했다. 무심코 말했다가 미안하다고 나는 아무데나 괜찮으니까 편한 자리로 고르라고 말했다.


친구는 가만 생각하다가 자기도 앞자리가 좋다며 예매해주었다. 누구랑 둘이 영화보는 게 몇 년만인지 모르겠다 했더니 그래도 보고 나와서 이야기할 누군가가 있으면 좋지 않냐고 물었다.


종종 그렇게 보자고 했다.




딱히 혼자 영화를 보는 이유는 없다. 뭔가를 하고 싶어서 급하게 무언가를 정하는 마음과 행동에 신경 쓸 것 없이 온전히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것 같다. 서로가 서로에게 눈치를 보고 마음을 쓰는 그 과정이 싫은 것 같다.


이렇게 보니 혼자인 이유가 거창한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사실은 조금 우습게도 ‘가장 빠른 표 하나 주세요.’ 하고 말하는 로망아닌 로망도 조금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카페 주인은 항상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