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나에게 특별한 노래 두 곡이 있다.
중학교 2학년 때, 아마 축제날이었던 것 같다.
당시 우리 전교회장 형은 아주 모범생이었는데 축제 오프닝 행사로 몇 마디 하고 내려가는 자리가 있었다. 학생회가 열심히 준비했으니 재미있게 즐기라는 식상한 몇 마디 하다가 잠시 조용히 있다가 말을 꺼냈다.
‘이런 날 제가 한 곡 안 부를 수 없겠죠?’
회장형의 선곡은 신해철의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였다.
몸집도 작고 항상 뿔테 안경을 쓰고 하도 책상 앞에서 책을 봐서인지 허리마저 약간 구부정하게 다니던 그 형이 마이크를 잡더니 우리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열심히 소리를 질렀다. 선생님들은 충격이라도 받았는지, 아니 아마 그 강당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다 그 무대에 홀려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빤히 보기만 하고 있었다.
노래가 다 끝나고 나서 그 형이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내가 자신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고 꼭 무대에서 시원하게 불러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여러분도 이 노래를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무대에서 내려왔다.
지금 들을 수는 없지만 그날 마냥 범생이 같던 그 형이 ‘그 나이를 처먹도록 그걸 하나 모르냐’며 소리 지르던 그 곡은 아직까지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커버이다.
고등학교 때, 학원 과학 선생님은 굉장히 유쾌하고 재미있던 분이었다.
키도 훤칠하고 잘생긴 탓에 인기도 많았는데 항상 수업 시간에는 그분의 연애사가 관심인 여자 아이들의 질문이 빈틈마다 찔러댔다. 그러던 어느 날 못 이기겠다는 듯이 해준 이야기가 있다.
당시 선생님의 아내분은 대학교 때 캠퍼스 커플로 만난 사람이었다. 그리고 둘과 같이 친하게 지내던 한 여자가 있었다. 항상 쾌활하고 성격도 좋았는데, 가끔 선생님에게 장난처럼 고백을 던지기도 하고 뭐 그런 사람이었다.
선생님은 당시 연인과 이미 장래를 약속한 사이였고 그걸 그 친구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장난인 줄 알았고, 그럼에도 항상 정중하게 거절해 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친구분이 선생님에게 학교 강당으로 잠시 올 수 없겠냐며 편지를 하나 주고 갔다. 무슨 일인가 싶어 가본 강당에는 불이 꺼진 채 피아노 한 대가 스포트 라이트를 받으며 홀에 있었다고 한다. 그 피아노 뒤에는 그 친구가 있었고.
문을 닫으니 친구는 아무 말 없이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시작했다.
그 날 그 곡은 엑스재팬의 ‘Endless rain’이었다.
선생님은 아무 말 없이 관객석에서 홀로 노래를 듣다가 중간에 나왔다. 강당 밖에는 연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그 여자분이 진심으로 혼자서 선생님을 좋아했었고 둘 사이를 해칠 수 없음에 자기가 떠나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말을 노래로 전했고 결국 아무도 없는 강당에서 울며 피아노를 쳤다는 그 모습이 마지막으로 본 선생님의 기억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