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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반짝 Feb 02. 2021

트위터 계정을 날려버렸다.

한 세 개가 있었다. 지난 계정까지 하나하나 꼽으면 나는 도합 열 개의 아이디가 있었다. 처음에 트위터를 한 게 2012년일 것이다. 계정을 삭제했다고 글도 쓴다. 나에게는 상당히 큰 일이다. 트위터 계정과 안녕안녕 바이바이한 거. 에잇 이제 안할거야! 라고 몇 번 삭제했던 지난번과 다르게 다시는 돌아가지 않는다고 글을 올렸다. 왜 삭제했는지 구구절절 쓰는 것은 멋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트위터에서 얼마나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는지 내 친구들은 이미 다 알 것이다. 나는 거기서 오가는 말들을 정말 정말 좋아했다. 물론 나쁜 것도 엄청나게 많았지만, 그 이상으로 트위터가 내게 제공한 흥미가 엄청 컸다. 남의 집 고양이와, 그 고양이와 있었던 에피소드, 우울을 극복한 이야기, 퇴사를 한 이야기, 퇴사를 안하고 직장에서 버텨가는 이야기, 저희 어머니가 그림을 그렸는데 엄마가 이런 재능이 있는 줄 몰랐어요! 저희집 고양이가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알티 받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도 좋은 게 많았다. 길 가는데 갑자기 닌자가 나타나서 다 죽여버리는 것보다 재미없는 전개는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닌자가 너무 흥미로운 나머지 그걸 이길 만한 걸 찾기 힘들다거나(이경희 작가님이 한 이야기다), 종교에 대한 여러가지 흥미로운 농담들, 영화 분석, 그리고 적절한 시기에 반드시 필요한 이야기를 정제된 언어로 하는 많은 사람들과 내가 사랑하는 친구들. 


계정 날렸다고 구구절절 떠드는 사람들 제일 먼저 돌아오더라는 이야기는 그렇게 유쾌하지 않다. 왜냐면 나는 내가 트위터를 상당히 좋아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게 내가 트위터와 멀어지는 첫번째 방법이라고 생각하니까. 스트레스를 너무 받고 마음이 다쳐서 떠나면서도 트위터를 정말정말 좋아한다고 이렇게 구구절절 쓰는 건, 그런 내 마음을 나 자신이 너무 쉽게 알았다가는 또 호로로로롤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버릴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SNS는 인간관계망에 깊게 얽혀있는 서비스이고,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다시 돌아가기 너무 쉽다. 어떤 이유로든 10년 가까이 사용한 SNS를 끊는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나는 현대의 인간관계에서 SNS가 차지하는 부분을 무시하고 싶지 않다. '내적 친밀감'이라는 용어가 왜 생겼겠나. 자주 사용하는 SNS 한켠에 그냥 자리하는 한 사람. 인간의 뇌는 그 사람을 어느 정도는 '자주 보는 사람'으로 인식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자주 본다고 다 좋은 건 아니지. 회사 사람 맨날 본다고 엄청 좋아하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또 생판 남이 넘어지는거랑 회사 사람이 넘어지는거랑, 내가 '어이쿠'하게 되는 차이는 좀 다를걸... 이렇게 쓰고 보니 회사사람이 넘어지면 좀 더 좋아할 수도 있겠다.... 아무튼. 그런 걸 다 감안하더라도. 


나는 더 이상 인생에 번뇌를 초대하고 싶지 않다. 사실 오늘 계폭하면서 마지막으로 말 많이 하고 재밌게 놀자고 생각을 해서 들어갔는데, 그냥 어쩐지 불안감이 높아지고, 심박수가 올라갔다. 여전히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았지만 내 마음은 즐거움보다는 불편함에 더 기울었다. 자주 접속하던 시기에는 그 불안이 일상이었고 그만두고 나자 내가 불편했었다는 사실이, 트위터가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플랫폼이라는 사실이 인지되는 것이다. 자주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어떤 즐거움은 정말은 그렇게 즐겁지 않을 때가 있다. 


아무튼지간에 나는 늘 친구들의 SNS 한켠을 차지하는 사람이 아니게 되었으므로, 내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좀 더, 흥미로운 이야기를 바리바리 모아서 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트위터에서 서로의 소식을 보지 않으니까, 어쩌면 만나서 할 이야기가 더 많을 수도 있다. 혹은, 우리가 이런저런 이유로 만나게 되지 않더라도 마음 한 켠에 소중한 친구로 남을 수 있고. 어쩌면 더 이상 서로 궁금하지 않아도 서로 어디선가 잘 살기를 빌어줄 수도 있고, 그러다가 언젠가 다시 연락을 할 수도 있다. 혹은 영영 멀어질 수도 있지. 그렇다면, 그냥 인연의 기간이 거기까지였나보다, 그래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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