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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반짝 Feb 08. 2021

어떻게 세상이 나 바라는 모양대로 생겼겠냐마는...

덧글 이야기 

아침에 뉴스 보는데, 덧글 진짜 별로 안 보고 싶은데 스크롤을 별 생각 없이 내리면 베댓이 있다. 오늘은 당근 마켓에 명품들이 나온다는 기사가 있었는데, 찐 부자들은 중고거래 어플에 명품도 올리더라 하는 내용이었다. 명품을 올린 사람들이 진짜 부자인지 명품을 엄청 좋아하는 사람들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지역 저 지역 오가는 나로서는 지역에 따라서 당근에 올라오는 물건들이 꽤 차이가 나는 걸 종종 볼 수 있다. 제주도에서는 배도 팔고 물고기도 판다는데 소득 수준이 높은 동네에서 명품이 올라오는 게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부자라고 해서 돈에 대해서 말도 안되는 감각을 갖고 있거나 모든 물건이 명품이거나 '비싼 건데 그냥 버리기 아깝다.' 같은 생각을 전혀 안 하고 사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명품이라고 하는건 아무튼 물건이다. 돈 주면 살 수 있는 것이고... 누가 자격 따져서 수여하는 것도 아니고.... 각자 생각하는 부자의 수준이 어디인지는 몰라도 명품을 살 수 있을 정도의 부자는 한국에 많다. 


아무튼 베댓은 '부자는 무슨 텐프로나 사채꾼이 망해서 내놓은 거겠지'였고 나는 그냥 동네마다 물건도 천차만별이다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 이야기에 이렇게 이죽거릴 수도 있다는 사실에 꽤 놀랐다. 아래에는 부자들이 명품 다 쓰고 중고 거래에 내놓겠느냐 걍 갖다 버리지 같은 소리가 즐비해 있었다... 소비 수준으로만 따지면 중산층만 되어도 꽤 비싼 가방을 쓴다. 무슨 재벌만 명품 쓰는 게 아니라. 한국이 빈부격차가 심하고 나는 뭐... 굳이 따지면 지방도시의 평범한 가정이고 서울 가면 도시빈민이고 그런데, 아무튼 좀 사는 친구들은 내가 모르는 좋은 가방을 꽤 들고 다니는 걸 봤다. 물론 브랜드를 이야기 하면.. .인터넷의 생리상 '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거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후 그런 건 명품 아님 어디가서 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럴 거 뻔히 아니까 굳이 뭐라고 이야기는 안 하겠지만. 


내가 최대한 글을 방어적으로 쓰는 습관이 들어 있어서 말이 길어지는데(오랜 인터넷 생활의 폐해다), 아무튼 하려는 이야기는 뭐가 명품이고 누가 명품을 살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실제로 그 명품들을 업소에서 일하는 여자가 내놓은 것인지 망한 사채꾼이 내놓은 것인지는 따지고 싶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 그 기사에 대고 '부자는 무슨~! 다 창녀나 사채꾼이다!'라고 말하는 그 심보가 꼴보기 싫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을 하다보면, 이상하게 수없이 마주친다. 아니 진짜 안보고 싶은데. 뉴스 사이트에 따라서 덧글을 끄는 기능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것 같다. 별거 별거에 다 이죽거린다. 나는 아나운서 박지윤의 인스타를 팔로해놓고 있는데, 평범한 저녁식사 사진에 '이 집은 애들 인스턴트만 먹이네...'같은 덧글을 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게 그냥 어디나 널려 있고, 마음의 준비 없이 타인의 공격성을 마주하게 된다. 이렇게 말하면 또, 너나 그냥 지나가지 프로 불편러 나셨다고 또 그렇게 무한히 반복된다. 그런 사람들은 그냥 계속 그렇게 산다. 남이 만든 눈사람 부수는 사람들이랑 비슷하다. 남들이 눈사람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자신의 행동을 꼴보기 싫어한다는 걸 모르면서 계속 그렇게 살겠지. 다들 사는 게 힘들어서 그렇다는 이야기도 지겹다. 누구는 맨날 먹고 놀아서 친절한가... 


사실 요 며칠 브런치를 좀 둘러봤는데, 남의 글을 잘 안 보다가 트위터 끊고 이것저것 다른 걸 더 보게 되어서 읽었다. 그런데 여기도 굉장하더라. 네가 인생을 안 살아봐서, 경험이 없어서 이런 글을 쓰는 것이다, 네가 무슨 브랜드 스타일을 전혀 잘못 해석하고 있는 것 같다, 알못 주제에 어쩌고 저쩌고... 아니 물론 모르면서 써 놓은 긴 글도 꽤 있었다. 전혀 동의할 수 없어서, 나도 '그렇게 보실 수도 있겠으나...' 라고 시작하는 덧글을 쓰려고 스크롤을 내렸다가 그냥 조용히 나왔다. 아이돌 산업에 대한 무슨 비판이었는데, 포인트를 전혀 잘못 잡은 것 같지만 외부자 눈에 그럴 수도 있고, 아이돌 산업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니어서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케이팝이 국위선양하는데 이따위 찬물 끼얹는 소리나 하고 프로불편러가 세상 망친다 으아아아아아!!! 같은 덧글이 가득한데 거기 내가 아무리 친절한 말을 한들 원글에 대한 동의가 아니라면 똑같은 1호선 국뽕러로 보일 것만 같아서... 그냥 말았다. 모든 의견을 다 말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 결론은 뭐 없다. 남이 어떻게 되기를 바라서 무슨 소용이 있나. 그냥 나는 그러지 말자...나는 절대 저렇게 살지 말자... 그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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