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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반짝 Feb 13. 2021

클럽하우스. 재밌지만 역시 SNS는 해로워.

트위터 끊고 클럽하우스 가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이오... 

하지만 어쩌다 그렇게 되었다. 궁금하니까! 그리고 확실히 트위터와는 여러가지로 다르다. 

일단 자신을 노출해야 한다. 내가 이런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어필해야 교류할 수 있다. 날 소개시켜줄 친구가 있으면 더욱 좋다. 첫날, 친구의 도움을 꽤 많이 받았다. 무슨 로맨스 판타지의 사교계나 살롱의 현대판이라는 느낌을 꽤 받았다. 어린 아가씨, 즉 신규 진입자는 패트론의 도움을 받아서 소개를 받고, 그녀가 사귈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고, 사람들을 사귄다. 또는 자기가 아는 분야의 대화 주제가 있어야 한다. 그런 방이 있으면 손을 들고 적절한 발언을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방에서 자유롭게 말하세요라고 써 있지만, 어떤 사람이 말하면 약간 정적이 흐른다. 물론 두 가지 경우가 있다. 정말로 딱히 누군가 말할 게 없는 경우가 있고(마침 다들 딴짓하고 있었거나...) 진짜로 뭔가 잘못말해서 싸해졌을 때. 인간의 눈치는 두 가지 경우를 충분히 구분하고도 남지. 그래서 트위터처럼 흘러가는 게 아니고, 내가 와서 떠들면 누가 보는 게 아니고, 상당히 심력을 소모하게 된다. 아무리 재미있어도 낯선이들과 한가지 주제로 오래 대화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친한 친구들을 만나면 주제를 옮겨가며 무한정 떠들 수 있지만, 클럽하우스에서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다. 어제는 적절하게 대화할 수 있어서 아주 재밌었고, 그저께는 파티장에 갔는데 전부 날 빼고 떠들고 있는데다가 누구에게 말을 붙여보았더니 아 예..^^ 같은 반응이 돌아와서 저녁 여덟시에 집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었고, 오늘 아침엔 미국 성우 방에 들어가 있었는데 가까운 업계 먼 나라 이야기라 듣기만 했는데도 엄청 흥미로웠다. 어떤 때 들어갔느냐도 경험에 꽤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까 진짜 '모임'과 비슷한 속성이 꽤 많다. 


하지만 나처럼 주목받기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이 SNS가 관심받고 싶은 욕망을 지나치게 자극한다는 게 느껴진다. 관심받고 싶은 욕망이 충족되지 않으면 소외감이 따라오는데, 그게 꽤 불쾌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렇게까지 소외감을 느낄 일은 또 아닌 것이다. 하지만 그 감정반응은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다기 보다는 본능적인 단위에서 스위치가 눌린 일처럼 느껴졌다. 가장 최근에 나온 SNS가 사람에 대해서 그정도 연구도 안 하고 만들었을까. 이런 의심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초대장 시스템이 너무 그런 인상을 준다. '너랑 친한애들도 여기 불러와.'


클럽하우스는 아는 사람이 있거나 아는 주제가 있어야 재밌다. 다른 친한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는 방에 들어가면, 그들이 주고받는 개인적인 이야기가 내게 딱히 재밌을 일은 없다. 내가 아는 이야기면 모를까. 주제로 말하자면, 예를 들어 나 같은 사람이 골프 치는 이야기를 굳이 들을 이유가 없다. 스타트업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이 흥미있어 하는 주제이지만, 개발자 방에 들어가서 낯선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는 건 초반 1~2분 정도로, 이후엔 알아듣지 못해서 흥미가 떨어진다. 그럼 이제 '아 왜 내 친구들은 아이폰을 안 쓰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초대장은 네 장이 있는데 내 친구들 중 아이폰을 쓰는 사람이 딱 둘 있었다. 친구가 그렇게 많은데 아무도 아이폰을 안 써!? 왜! (별 거에 다 화가 남) 그리고 한 친구는 '그렇게 인간들이 모이는 거 자체가 싫다.'며 초대장을 거절했고 한 친구는 초대에 응해주었으나 자주 접속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난 아마 친구들과 놀려면 안드로이드 런칭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겠다. 다행히 클럽하우스는 몇 번 재미에 대한 내 기대를 부쉈고, 그래서 진짜 노잼인데 뭐 없나 뭐 없나 둘러보면서 으어어 으어어 지루해 심심해.. 하고 실망하는 대신 적절한 타이밍을 기대하기로 해서, 그렇게까지 중독될 일은 아직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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