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한지가... 지난주였던가 지지난주였던가. 새로 나온 SNS는 흥미로워보였다. 다른 직업군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점도 좋았고, 가끔 연예인도 보였다. 성대모사 방이 꽤 웃겼고, 업계 사람들을 만나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즐거웠다. 하지만 내 흥미는 굉장히 빠르게 식었고, 새로워 보였던 것들은 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가끔은 생산적인 이야기도 있고 좋은 정보도 있었지만 자주는 아니었다. 일단 ‘그냥’ 이야기하는 건 별로 재미가 없었다. 동종업계 종사자들과의 만남은 반가웠지만, 몇 년 일을 하고 있으니 자연히 알고 있는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비슷한 한탄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다른 업계 사람들의 이야기는 흥미로웠지만 오랫동안 들을 만큼의 관심사는 아니었다. 일상적인 이야기도 일상을 보는 관점이 어느정도 비슷해야 재미가 있고, 일 이야기는 내 일에 좀 더 연관이 있어야 듣게 된다. 그리고 많은 경우엔, 일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 보다 일을 하는 게 낫다. 물론 내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궁금할 때는 현 시점으로서는 클럽하우스가 가장 유용한 것 같다. 익명 커뮤니티는 신뢰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뭔가 재밌는 게 더 있을 것 같았던 클럽하우스는, 몇몇 동종 업계와 인접 업계에 대한 소식을 제하면 딱히 뭐가 없는 것 같다. 그건 아마 외향적이지만 대부분의 인간을 좋아하지 않는 내 성격일 수도 있고, 정말로 재밌는 사람들이 이미 클하를 휘 둘러보고 뭐 없네, 하고 떠났을 수도 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재밌어 하는 부류의 사람들.’
하지만 정말 그냥 나만 재미없는 거라고 쳐도, 나도 2주 전에는 재밌었단 말이야. 하지만 정말 빠르게 타오르고 빠르게 꺼진 불처럼 느껴진다. 지금의 클럽하우스가 더 재밌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나한테는 서점의 자기계발서와 처세술 매대처럼 느껴진다. 그냥 한번 쓱 둘러보고, ‘흠. 어쩐지 피로하네.’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되는 그런 매대 말이다. 크게 관심 없는, 나와는 먼 남의 이야기.
업계이야기를 한다고 쳐도, 그저 무슨무슨 글 쓰는 사람 모여라 방에서 재밌는 이야기가 나올 확률은 사실 적다. 서양풍 웹소설 쓰는 사람 고증 이야기 해봐요, 라든가, 동양풍 웹소설 쓰는 사람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외래어 표현엔 무엇이 있었나요? 라든가, 고전 소설 중에 현대의 로맨스 판타지와 비슷한 형식으로 이루어진 작품들이 어떤게 있나요? 같은 것이 훨씬 생산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런 모임은 클럽하우스의 우연한 만남에서 이루어지기도, 좋은 이야기가 나오기도 어려워보인다. 작가 이름으로 쓰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모임을 준비하는게 낫게 느껴진다. 즉, 어느정도 이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거나 질문을 할 준비가 된 상태에서 재미있는, 정보값있는 이야기가 나올 확률이 더 크다. 클럽하우스는 잘 모르는 업계인끼리 이런 만남을 구성하기가 어렵다.
아마 그냥 러프하게 작가 모여라 방에서, 이런 주제가 나와서, 다음에 그럼 우리끼리 이런 방을 만들어봐요, 하고 약속을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클럽하우스는 살롱의 기능을 하고 싶은것처럼 보였고, 그게 아마 제대로 기능하는 살롱일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클럽하우스는 지나가다 들르는 모임에 더 가깝고, 대부분의 방이 ‘이미 아는 사람들끼리 이야기 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그래서인지 좋은 모더레이팅이란 무엇인가 같은 이야기를 주고 받는 방도 보았는데, 진행자가 있는 시점에서 클럽하우스가 일반 SNS처럼 동작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인스타는 일상이나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트위터는 한가지 주제를 놓고 누구나 산발적으로 떠들 수 있다. 플로우와 전혀 상관없이 나 지금 치킨 먹는다고 외쳐도 아무 상관 없다. 하지만 진행자가 있다는 것은 이야기가 좀 다르다. 애초에 ‘내가’ 떠드는 공간이 아니라면 클럽하우스는 트위터나 인스타가 아니라 유튜브나 팟캐스트의 경쟁상대이다. 한국에서는 스푼라디오처럼 흘러갈 확률이 더 크지 않을까. 대신 그보다는 유명인들 위주의. 명확한 콘텐츠 제공자가 있고, 거기 내가 손 들 자리가 있으면 손을 들고 끼어들 수 있는... 굳이 이름을 붙이면 참여형 팟캐스트 같은?
하지만 지난번에 박막례 할머니의 괴담방과 이반지하 페미 대결 및 사연방은 재미 있었다. 먼저,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주제를 잡았고, 중간에 누가 좀 흰소리를 하거나 재미없거나 시시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걸 재밌게 만들 수 있는 진행자가 있었다. 박막례 할머니는 ‘누군가 괴담을 이야기 하면 그것을 박막례 스타일로 들려준다’는 컨셉이어서 그것이 가능했고, 이반지하는 ‘누구나 공평하게 솔직하고 함부로 대하기’라는 컨셉이 있어서 가능했다. 그 컨셉에 동의한 사람은 다소 면박을 받아도 헤헤 웃으며 내려갈 수 있다. 오히려 그 ‘면박’ ‘혼냄’이 컨텐츠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진짜로 흰소리를 하는 어떤 남성은 무반응으로 쫓아내 버렸다.
클럽하우스는 곧 모더레이터들이 수익화를 할 수 있게 길을 연다고 한다. 내 기준엔 이미 흥미가 많이 식기는 했지만, 클럽하우스에서만 할 수 있는 콘텐츠가 뭘지 생각해보고 조금 시도해 볼 예정이다.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고 말을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즐거운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듣다가 한마디 끼고 싶을때 낄 수 있는 팟캐스트의 주제로 뭔가 좋은 게 있지 않을까.
솔직히 ‘아 이제 완전 개노잼 됐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번 더 미련을 가져보는 것은 아직은 재미있을수도 있는데 내가 너무 빨리 단정짓는게 아닌가 아쉬워서다. 혹시 그 안에 진짜 재밌는 게 있으면 아쉬우니까. 그치만 지금 분명 처음의 관심이 빠르게 식는 건 나뿐만은 아닌 것 같다. 뭐라고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묘하게 지루한 느낌은 대체 어디서 오는걸까. 주목받은 이유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했으니, 관심이 식는 이유에 대해서도 나보다 더 똑똑하고 통찰력 있는 사람들이 이야기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