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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반짝 Jan 12. 2019

위로는 감사하지만 저는 괜찮아요

중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언제인지 잘 기억 안나는데, 나 고등학때 쯤이었던 것 같다. 베스트셀러 매대에 '독설'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들이 정말 많았다. 독설가가 인기였던 것 같다. 다들 독설에 매달렸다. 나 좀 정신차리게 해달라는 독설. 다이어트 독설, 공부 독설 같은 거. 나는 삐딱한 사람이라서 그런 책들을 보면서 되게 비웃었다.

'네가 뭔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충고를 해 건방지게.'라고 생각했다. 다이어트 독설, 공부 독설, 제테크 독설 등등을 보면서 셋 다 중요하지만, 남한테 저런 소리는 전혀 듣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스스로 독설을 찾는 건 내가 보기에 자기파괴적인 것처럼 보였고, 나는 한국이 BDSM에 미친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뭐든지 너무 가시화가 안되어서 이상해지는거라고 생각하면서.


이후 천 번을 흔들리거나 멈춰서 뭘 자꾸 보라고 하더니 이제는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는 책들이 인기가 있다. 왜 중간이 없지? 중간은 알아서 찾나? 구간인 독설과 신간인 힐링을 번갈아 보면서?


나이 드신 분들이 말하는 청춘 타령이 기껍지는 않았다만, 독설도 청춘도 힐링도 누군가 보고 힘을 내거나 위로를 받는다면 그게 그렇게까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치만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정확히 해주는 책이 나오지 않아서 아쉽다.


물론 중간이라는 것은 수요가 명확하지 않다. 셀링 포인트를 콕 짚어서 팔기 어렵다. 어쩌면 중간의 많은 영역을 에세이나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소설이나 실용서가 담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있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그렇게까지 열심히 살거나 그렇게까지 휴식하면서 살지 않으니까. 오늘도 어중간하게, 해야 할 일을 반 밖에 못한 나에게 절반 해서 잘했고 내일은 다섯개 중에 세 개를 해보자고 말해주는 책이 있으면 좋겠다. 다그치는 것도 싫지만 오늘 하루쯤 누워있어도 된다는 힐링이 싫다. 조금만 하는 건 어떨까. 최강창민처럼.



내가 지금 가는 길을 내 맘에 쏙 들게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응원해주는 건 나밖에 없다. 놀아도 싫고 너무 열심히 해도 싫고 사람은 향상심이 있어야 한다고 믿으면서 하기 싫은 것을 하면 병이 난다고 믿는 나에게 딱 맞는 책을 대체 어느 남이 써줄 것인가.


*이후 박진영님의<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을 보고 그래 이게 내가 바랐던 이야기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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