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반짝 Feb 01. 2019

여러분 다 잘하려고 하지 마십시오 응급실에 가게 됩니다

글이 뜸했습니다. 입원했었거든요. 퇴근하고 돌아와 자소서를 다듬고 인강을 듣고 소설을 쓰고 운동을 하고 잤죠. 근데 다음날 온몸이 못견디게 아프고 머리가 어지럽고 앉거나 설 수도 없는거예요. 움직이면 끔찍하게 아프고요. 저는 와 근육통이 이렇게도 오나보다 하고 거의 기다시피해서 정형외과로 갔습니다. 다녀온 후에도 너무너무 아파서 하루 종일 밥도 못먹고 누워있다가, 다음날 이거 너무너무 아프다 이상하다고 정형외과를 한번 더 갔더니 그쪽에서 진료의뢰서를 써주면서 아무래도 뇌수막염 같다고 하더군요. 저는 구급차는 정말 못 걸어야 부르는 건줄 알고 정신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택시를 잡았습니다. 택시를 타고 외래로 갔어요. 응급실은 내가 의식이 없어야 실려가는 줄 알고... 근데 응급실로 보내더라고요. 여기서부턴 간호사의 부축을 받았습니다.  정신이 없는데 뭔가 되게 빨리빨리 해주더라고요. 너무 괴로웠는데 금방 침대에 눕혀서 뇌척수막 검사랑 이것저것 다 하고 나니 최종적으로 나온 진단은 '뇌막이 약간 찢어졌다'였습니다. 운동을 과하게 하거나 경락을 과하게하면 그럴 수 있다는데, 둘 다 과하게 하진 않았어요. 하긴 했지만... 암튼 평소에 하던대로였고. 제가 뭔가 엄청 약해져 있었나보다 했습니다. 그리고 치료는 진통제를 먹으면서 가만히 누워있는 것이었어요. 뇌막은 저절로 붙는다는군요.


하지만 여러분 그 부상은 정말 엄청 미치게 온몸이 다 아픕니다. 머리만 아픈 게 아니라 뒷목이며 어깨며 모든 근막이 있는대로 수축해서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아요. 저는 누워서 으으... 으으으... 하면서 병실 할머니들을 무섭게 하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회복이 되니 어르신들이 큰일 나는 줄 알았다고 하시더라고요.


하루에 세네번 마약성 진통제를 먹으면서 최대한 가만히 누워있었어요. 스마트폰도 5분 만지면 어지러워서 자야했고요. 옆으로 눕는 것도 처음엔 할 수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친구에게 '난 히피야. 하루 종일 마약에 찌들어 씻지도 않고 침대에서 하루를 보내지.'라고 얘기했습니다.


부모님 오시기 전까지 친구들이 많이 도와줬고요. 금요일에 부모님과 친구들을 합쳐 총 여섯명의 방문객을 맞이한 저는 금토일 3일 사이에 엄청나게 회복했습니다. 저는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뭐든지 회복이 되는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누워도 안아프고 30분씩 앉아있을 수도 있고 밥도 혼자 먹을 정도로 회복한 저는 일상생활 가능! 그러나 차 타고 방지턱을 넘거나 기침을 하거나 뇌압이 올라갈만한 짓은 피하세요! 라는 의사의 주의사항과 함께 그저께 퇴원했습니다.


앞으로도 몇 주는 조심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병원을 벗어나니 기쁘고요. 이제부터는 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 적당히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한달간 운동은 꿈도 꿀 수 없어서 슬프네요. 으엉.

작가의 이전글 위로는 감사하지만 저는 괜찮아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