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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반짝 Feb 18. 2019

단점을 지적받는게 정말 글쓰기에 도움이 될까?

모든 교육엔 당근과 채찍이 함께한다.

여기서 글쓰기에 대한 글을 쓰는 건 처음인 것 같다. 일단 내가 글쓰기에 대해서 별 말을 안하는 것은 내가 돈 잘버는 인기 작가도 아니고 등단과도 거리가 멀고, 아무튼 아무 타이틀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서 ‘장점/단점 지적이 글쓰기에 더 도움이 된다’ 혹은 ‘애매한 재능이 잔인한 이유’ 같은 이야기를 철마다 한번씩 하기 때문에, 매번 같은 말을 하고 흘러가버리는게 지겨워서 여기 박아놓으려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잘한점을 칭찬받고 아쉬운 점을 지적받고 고치는 방법뿐이다. 둘 중 하나만 하는 경우는 못 보았다. 그러나 글의 단점을 부각하는 게 효율적이냐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은 사실 합평 때문이다. 지옥같은 합평을 겪고 학을 뗸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그렇다.


나는 합평 한 적이 없다. 합평 하는 시 수업이 하나 있었는데 첫 시간 가고 안 갔다. 시스템상 드랍이 안 되어서 가서 들어야 했는데 그냥 싫어서 안 갔다. 일단 나는 시 쓰기에 관심이 전혀 없었고, 아마추어가 쓰는 시는 내가 보기에 너무 감정에 매몰되어 있었고, 못쓴 시를 한 시간 내내 읽고 그에 대해서 말 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괴로웠다.


사실 지망생끼리의 합평은 자신의 ‘날카로운 안목’ 자랑을 하려고, 단점 찾기를 위한 단점 찾기를 서로서로 하고 누군가는 눈물을 터트리고, 원래 목적인 ‘더 나은 글을 쓰자’는 사라지는 그런 행위라고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지망생끼리 모인 집단을 보면 서로 잘못된 정보를 주고 받다가 터진다. 감정이 터지든 커뮤니티가 터지든 아무튼 뭐가 터지는 걸 많이 봤다.


그럼 프로가 끼면 나을까? 합당하고, 정확한 지적을 받고 글을 고치면 나을까?


그렇다. 그러나 그것도 어느 정도 스킬을 갖춘 다음의 이야기이다. 창작자를 온실 속의 화초 혹은 아기사슴처럼 조심 조심 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아니다. 무슨 일이든 마찬가지다. 칭찬으로 키워야 할 시기/장점을 키워야 할 시기가 먼저 있고 단점을 다듬어야 되는 시기가 나중에 온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까에 대한 말은 많이 나오는데, 어떻게 하면 글쓰기를 잘 가르칠까에 대한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적다. 교육 현장에도 보통은 ‘예술을 잘 하는 사람’이 강사로 서지 ‘교육을 잘 하는 사람’이 강사로 서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도제식 교육이 강의실에 맞지 않게 쑤셔 넣어져 있기도 하고, 존경하는 사람이 교수라서 기대를 했다가 좋아하는 작가 목록에서 그를 지워내기도 한다.


수학 과학을 가르칠때도 문제를 못 푼다고 애를 앞에 세워놓고 급우들이 그 친구를 비웃게 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글쓰기 교육에서는 이런 일이 벌어진다. 과제물 중에 잘쓴 글 못쓴 글을 선정해서 그 글을 교재로 ‘다 같이’ 수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면 농담도 나오고 못 쓴 글을 웃음거리로 삼게도 된다. 그게 무슨 악의가 있거나 누굴 망신주고 누굴 칭찬하려는 목적이 있는게 아니라, 그냥 과제물을 갖고 수업 하는 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너덜너덜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프로일수록 지적에 익숙하고, 글과 내 작품 사이의 분리가 더 잘 되기 때문에 아마추어 창작자의 입장 (조금 더 글과 나를 동일시 하고 글의 평가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게 된다)이 덜 고려되는 측면도 있다.


그러니까 글의 장점을 지적하는게 좋다 단점을 지적하는게 좋다 그런 것 이전에, 예술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폭력적인 방식을 지워나가고,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의욕을 잃지 않을 수 있는지, 사람을 지치게 하지 않으면서도 더 나은 글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가 더 많이 이야기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예술은 사실상 배워서 되는 게 아니라’는 식의 환상 역시 벗겨내야 한다. 가르칠 방법을 모르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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