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반짝 Feb 26. 2021

이번에야말로 여주가 알을 낳아야 할까

그러니까 이번 여주는 '새의 일족'이다. 수인을 워낙 좋아하는 편인데 소위 말하는 '퍼리'는 좀 아니고. 새나 뱀 인간....인데 지인 중 하나는 살모넬라균이 두렵지 않냐고 말했다. 어어 그것은 수인 차별적인 발언입니다.. 수인은 어디까지나 인간이고요. 지적 생명체이며 사람과 같은 언어체계를 갖고 있답니다. 


이번 여주는 굳이 따지면 디자인이 천사에 더 가깝다. 동양풍인데 금발이고 자갯빛 깃털로 된 거대한 날개를 가진 전사의 일족인데, 선황제가 이 일족을 전부 죽였고 여주는 복수를 하러 갔다가 그만 남주의 황궁에 갇혀서 2권째 섹스를 하고 있습니다. 네. 그런 것을 쓰고 있습니다. 


아무튼 나는 임신에 대한 공포도 너무 크고, 솔직히 결혼도 되게 안 하고 싶다. 결혼을 안 하고 싶은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우선 나는 결혼하게 되면 가부장제에 그대로 호로록 빨려들어갈 것 같은 게 첫번째다. 그냥, 집안 일이 당연히 나만의 일처럼 느껴지는 경험을 한 번 해본 이후로는 결혼하고 싶지 않다. 밖에서 뭐가 되었든 며느리라는 이유로 남편 집에 가면 평생 신입사원 신세인 것도 싫고. 임신은 더더욱 자신없다. 나는 많은 좋지 않은 유전적 특질을 갖고 있고... 아무튼 아이를 낳는 건 좀. 싫다. 


'임출육 엔딩'이라는 조어가 따로 있을 정도로 엔딩에서 임신, 출산, 육아는 꽤 필수 요소처럼 등장하지만 내 소설에서는 아이가 나온 적이 없다. 마지막 씬에서 3-4세쯤 된 아이들이 엄마아아아! 하고 뛰어오고 아빠가 끼어서 자식을 질투하는 씬을 굳이 나까지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아주 단란한' 가정의 모습... 내가 쓰는 로맨스는 어느정도는 작가 자신의 판타지일수 밖에 없는데, 내 세계에 임신과 출산은 좀 싫었다. 


그리고 나는 사주에도 남자와 자식이 없다고 했다. VIVA! (옛날 말.) 아무튼 그래서 나는 소설에도 사정에 대해서는 최대한 언급하지 않았다. 마법으로 피임을 하거나, 지난번 작품에서는 '종이 달라서' 임신이 안 되었던가, 아무튼 마법적 이유였던가 그랬다. 그래서 임신이 안 됐다. 하하하하! 


하지만 이번 작품은 임신을 하기로 작정했다. 아니 나 말고 여주가. 왜냐면 소설의 임신을 그렇게 구구절절 어디가 힘든지 뼈가 어떻게 되고 장기가 어떻게 되는지 넣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아주 얼마전에서야 마음으로 납득했기 때문이다. 그냥... 성경 어느 파트처럼 쓰면 되는거였다. 누가 뭐를 낳고 얘가 쟤를 낳고 그런 식으로. 산모도 뼈 시린 데 없이 건강하다고 그냥 하면 되지. 그런 어떤 개인적 공포를 마음으로 극복하기까지는 꽤 오래 걸렸다. 딱히 무슨 노력을 한 것도 아니지만. 이러한 영향을 준 작품이 몇 가지가 있다. 그러니까, 아이를 낳는 게 현대 사회에서 여성이 노동자로서 생존하는 데 굉장히 큰 리스크이기는 하지만, 출산 그 자체가 그렇게 못 견딜정도로 끔찍한 일이 아니라는 인상을 준 몇몇 로맨스 소설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아이를 낳을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그런 소설들에는 약간의 감사함을 느낀다. 척박한 땅에서 인간이 생존하고 번식하고, 그리하여 내가 살았던 세상보다는 나은 세상을 살게 하는 그런 내용들이 담긴, 인간에 대한 애정이 담긴 이야기들 말이다. 


그래서 막상 여주를 임신하게 하려고 보니까 이것도 어차피 내용상 필요할 때 넣어야 해서.... 하긴 내가 쓰는 소설이니까.. 현실이랑은 다르게 무지하게 계획적이구나~ 하는 느낌이 빡 온다. 남주 여주의 계획은 아니고 내 계획이지만... 아무튼 무지하게 타이밍 좋은 임신이 될 것이다. 걔네한테는 아니겠지만... 


매거진의 이전글 단점을 지적받는게 정말 글쓰기에 도움이 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