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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반짝 Jun 03. 2019

출근하게 되었습니다.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뜸하다가 갑자기 취직이라니 좀 그렇지요. 그간 불쾌한 면접도 있고 유쾌한 면접도 있었지만 자세히 쓰기도 그렇고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그냥  두었답니다. 조심스럽고 겁이 많거든요 저는. 그래서 그냥 있었어요.

취업을 하니 이번에는 평생 출퇴근 할 것이 또 걱정입니다. 원하는 데서 일하고 원하는 만큼 자다가 정해진 시간에 맞춰서 지정된 장소에 가고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고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으려니까, 그걸 평생 할 생각을 하니까 부담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그걸 평생, 아니 뭐 못해도 한 10년 할 수 있을까.
물론 규칙적인 생활이 몸에 더 좋다는 것은 알지만 그런 문제는 아니고요. 최근에 극지동물 다큐를 봤는데 먹고 사는게 되게 힘들어보이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나는 인간이라서, 남들이 이룬 문명의 혜택을 받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 나도 못 쉰다, 노동을 계속 해야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그냥 물범으로 태어날 걸 그랬나 싶기도 해요. 선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지만.
하지만 역시 겨울에 가스요금을 못내서 집안에서 덜덜 떨면서, 손이 곱아서 타자도 못치고 밖으로 나갈 돈도 없어서 울던 것을 생각하면, 그 와중에 내 소비습관이 남에게 비난 받을까봐 걱정하던 것을 생각하면, 건강보험료가 몇달치 밀리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조금씩 돈을 빌리고, 엄마에게 미안했던 것을 생각하면 주 5일제, 정해진 휴가와 정해진 식사시간과 정해진 수면 시간 같은 것이 뭐가 그렇게 걱정이겠어요. 돈이 없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걱정이지요. 일 없는 프리랜서로 사는 건 전혀 좋은 일이 아니었어요. 이제 직장이 생겼으니 갑자기 그 시절이 대단히 좋아보이는 거죠. 그렇게 생각하니 도로 마음이 편해집니다. 나는 돈을 벌고요, 이제 남에게 손벌리지 않을 거고요. 뭔가가 힘들어지면 2017년 겨울을 생각할거예요.

매거진의 이전글 사실 그 사이 면접을 보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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