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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반짝 Jan 22. 2020

반짝이 근황

바쁩니다. 바쁜데 일 하기가 싫어가지고... 조금만 딴짓하고 일하려고요...네... 


1. 회사 

회사는 다닌 지 고작 석 달 밖에 안 되었습니다. 일이 많아서 성장하기는 좋은 것 같아요. 오늘이 딱 석 달 째인데 기분은 한 6개월은 다닌 느낌.... 그만큼 금방 적응한 것도 있고 익숙해진 것도 있어서 좋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고 보면 3개월, 6개월, 9개월 이렇게 3개월 단위로 그만두고 싶어진다는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가끔 빡칠 때도 있어서 아 진짜 걍 집에 확 가버릴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이제는 전처럼 패기롭지 않죠. 이번 회사에서는 어떻게든, 진짜 내가 글을 써서 대박이 나서 인세를 천둥벼락만큼 맞아도 어케든 1년은 버티자! 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퇴사 욕구 들면 퇴사 방지 일기도 쓰고 그랬죠. 52주 달성표 만들어놓고 매주 월요일마다 체크도 해요. 52주 다 채우면 그때는 사직서 낸다. 그 전까지는 내 발로는 여기서 안 나간다. 


남들 보기에 뭐 대단히 좋은 직장도 아니고 큰 월급도 아닙니다. 중소기업이고, 중소기업 신입 월급 평균치 평범하게 받고 있어요. 초봉 4천 같은 건 남의 이야기죠. 그렇다고 해도 먹고 살 돈을 벌고 있고, 회사 일도 뭐... 잘 하고 있어요. 가끔 취업 관련 카페에서 메일이 와서 글을 보는데 다들 목표가 높더라고요. 제가 다니는 회사 정도는 '그런데 가려고 취준 하는 건 아니지' 같은 느낌으로 이야기가 나와서 약간 놀랐습니다만.... 저는 그러기엔 스펙도 없고 나이도 취준생 평균에 비해선 많았어요. 인서울 대학도 아니고 어리지도 않고 경력도 없고. 


첫 연봉 첫 직장 중요하다는 얘기가 많죠. 저도 어떤 건지 알아서, 가끔은 좀 더 높은 목표를 잡을 걸 그랬나 싶기도 해요. 너무 급하게 생각한걸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적은 돈이라고 해도 나 한 사람 책임질 돈을 버는 게 저한테는 더 중요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취준 상태 자체가 너무 사람을 갉아먹는 것 같았고요. 그래서 가끔은 아쉽다가도, 여기서 열심히 해서 나중에 좋은데 가자고 생각해요. 난 정말 아무것도 없으니까. 가진 것에는 감사하되 안주하는 건 좀 무섭고요. 능력을 계속 키워서 계속 발전하는 방향으로 가야겠죠. 지금 회사는 그런 점에서 괜찮아요. 계속 생각해야 하고, 아이디어를 내야 하고, 시키는 것만 하라고 하지 않고. 무엇보다 제가 뭘 해야 할지 몰라서 헤메는 일은 없어요. 


나는 원래 똑똑한 사람인데 왜 여기선 이렇게 무능하지? 상태가 되면 너무 힘들잖아요. 지난 회사에서 인턴할 때는 그게 정말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거든요. 결론은 뭐... 바쁜데 다닐만 하다는 얘기였습니다. 워라밸은... 잠만 잘 자야지...가 목표입니다... 저 어차피 여기 친구도 없고...


2. 글쓰기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사실 얼마전에 로맨스 이북이 한 권 나왔는데, 첫날 둘째날 셋째날까지 너무 안 팔리는 것 같아서 엉엉 울고 술도 마시고 되게 속상했어요. 근데 오늘 보니까 꽤 선방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기분이 엄청 좋아요. 희망이 조금씩 보입니다. 퇴근하고 글 쓰려면 쉽진 않지만 글 쓰는 거 손 놓으면 뭔가... 그거야 말로 진짜 무섭거든요. 저는 유치원때부터 나는 커서 작가가 될거야, 하고 자란 사람이라서 그걸 잃으면 제정신이 아닐 것 같아요. 아주 명확하게, '일로서 글을 쓰는 사람'이어야만 해요. 그걸 놓을 수는 없죠. 글 쓰지 않는 자신을 상상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그것은 너무나 큰 공포이기 때문에 저는 게속 글을 씁니다. 차기작 이미 계약을 했는데, 계약금 받았기 때문에 또 ... 열심히 해야 해요. 출판사에서 설 선물 보내주니까 조금 으쓱해졌습니다. 


열심히 살고 있어요. 사실은 조금 무리하나...? 싶긴 해요. 아침에 일어나서 글쓰고 출근하고 야근하고 근처 카페가서 글 쓰고 퇴근하고 쓰러져 자고 전화영어도 하고 방송대 대학원도 붙어서 3월부터 개강입니다. 매주 수요일에는 민요를 배워요. 욕심이 많아서 그렇죠. 대단히 크게 뭐 하나 하는 타입이 아니고 이것저것 여러가지를 해보고 싶어하니까. 지금 삶에 꽤 만족해요. 요즘 좀 외롭긴 한데- 막상 글로 정리하고 보니 그건 그렇게 큰 문제 같진 않네요. 다 가질 수는 없으니까. 


이렇게 살다보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요. 백수에서 직장인이 되었으니까, 직장인에서 다음 뭐가 또 있지 않을까요. 


+정신과에서 이제 우울증 약 그만 먹어도 된대요. 그것도 좋은 일이네요. 5년만에 약을 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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