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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반짝 Feb 17. 2020

놓아라.... 놓아라.... 나를... 놓아라.....

지난주 월요일에 사직서를 들고 올라갔었다. 본인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시다고 해서 일단은 도로 내려왔다. 그리고 오늘 아침 다시 올라가니까 조금 이따가 오라고 한다. 아 제발 헤어져주세요. 언제 오냐고 하니까 전화를 주신다고 했다. 오후 세시까지 전화가 오지 않으면 그냥 올라갈 생각이다. 나를 놓아라. 


오늘 아침에도 조회가 있었고 썩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하는 조회는 고등학교 중학교의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과 별반 다르지 않다.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지 말아라부터 시작해서 자기 계발을 권하거나 성적이 잘 안 나온다고 쪼는 이야기를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한 시간씩 한다. 처음에는 이거 하지 말자고 건의해볼까 했으나 나는 그 '교육'을 대표가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알았다. 그것이 그분이 생각하는 조직이었다. 그럴 수 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거라고 몇 번을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가. 자기 발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고, 일을 간절하게 해야 한다고도 이야기를 하셨다. 


그분이 생각하는 조직이라는 것은 잘 알겠다. 뜻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나, 그 조직이 나와 맞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맞춰야 할 이유가 없다. 나는 조직 안에서의 성장을 바라지 않는다. 회사를 어딜 가도 똑같을 것임을 안다. 나는 이 회사를 떠나는 게 아니라 조직생활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거기에 내 길이 없으므로. 나는 이제 내 길을 확신하므로. 29세 예술가는 30세의 예술가가, 31세의 예술가가, 32세의 예술가가 되어서 계속 그렇게 살려고. 


생각없이 다녔으면 오히려 다닐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좀... 많이 몰렸고 나는 생각을 해야 했다. 이렇게까지 내가 이 일을 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가? 애초에 나는 왜 회사를 다니려고 했더라.


나는 이 절이 싫고, 이 안에서 발전할 생각이 없고(여기에 내가 찾는 커리어는 없으므로), 일이 간절하지도 않다. 나 같은 사람이 여기에 오래 앉아 있으면 분위기를 해칠 것이다. 갈 마음이 든 사람은 빨리 떠나는 것이 모두에게 좋지 않을까. 절 놓아주세요. 놓아주시면 좋지 않을까요. 더 미워지기 전에 좋은 이별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내가 사장님을 나쁜 사람이지만 그래도 대단하다고 생각할 때, 아직 우리 팀에 애정이 남아있고 모두에게 곤란을 끼치기 싫을 때, 남은 일을 잘 마무리하고 떠나고 싶을 때 나를 놓아주시면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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