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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반짝 Oct 13. 2020

가짜사나이가 슬프다


나는 누군가가 사나이가 되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를 않았다. 사나이란 건 뭐지. 뭐가 사나이지. 그것조차 잘 모르겠다. 사나이는 무엇이 멋진가. 무엇이 사나이인가. 좋은 사람이면 충분한데 왜 사나이가 되어야 하지. 약자를 배려하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 마음이 다정하고, 친구와 가족을 사랑하고, 말 못하는 짐승을 해치지 않고, 성실히 자기 일을 하는,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가진 건강하고 좋은 사람이 되는 데에 군대식 훈련이나 극한 상황이 필요한가?


김계란을 좋아하지만, 정말 정말 좋아하지만, 그리고 그가 나누어 준 정보는 아주 유용했고 매우 감사하지만 나는 피갤 구독을 취소했다. 추천영상도 받지 않음을 눌렀다. 콘텐츠가 가학적이라는 이야기 보다는, 그것이 나온 그 뿌리가 나와는 맞지 않다고 느꼈다. 고생을 해야 사람된다는 생각 말이다. 남이 주는 모욕, 남이 주는 기합을 견디는 것이 어떻게 극기가 되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매일 이겨내야 하는 것은 편히 누워있고 싶은, 발전하지 않으려는 나 자신일것이다.


 나는 민간인이 군사훈련에서 모욕을 견디는 법을 배우기 보다는, 타인이 나와 내 소중한 사람을 모욕할 때 선을 긋는 법을 배우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많은 경우 우리는 잠들기 전 참아낸 자신을 자랑스러워 하지 않는다. 그때 이렇게 말할 걸, 저렇게 말할 걸 한다. 상대와 싸우지 않으면서 아닌 걸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수백가지 문장이 있고 그건 이기고 지는 문제는 아니다. 나는 사회성이라는 게 그런거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습성이란 게 적을 앞에두고 대적하여 이기려고 드는 게 아니라고.


거기의 누구도 악의를 가진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남성성의 신화란 무엇이기에 사람을 그렇게 만드나.


좀 더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내용을 추가하는데, 피갤을 오래 봐왔고 내 감수성과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피지컬갤러리의 인원들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짜사나이는 아무튼 군사훈련이라는데에 초점을 많이 맞추는 거 같은데, 거기가 운동 유튜브니까 운동식으로 말하자면 생활체육인은 생활체육인의 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록을 올리는 게 목적이 아니고 단시간 내에 성취할 뭐가 없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운동을 하면서 사는게 좋고. 그러니까 일단 안다치는게 첫번째다. 우리는 일상을 살아야 하니까. 하다가 통증이 오면 바로 중단하고. 불편이 지속되면 병원에 가고. 군대 훈련을 민간인에게 하는 건 살빼러 온 일반인을 태릉에 보내는 거랑 똑같다고 생각한다. 스트레스를 버텨내는지를 테스트를 하고, 극한 상황에 가야 한다면 그 모든 과정은 의미가 있다. 그런데 아니잖아... 


멘탈에 과부하를 많이 걸어서 그 다음에 뭐가 있나. 기획의도가 있을 거 아닌가. 참가자와 시청자 양측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자는 생각이었을텐데. 시대착오적이라든가 하는 문제 이전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컨텐츠에 환호하는 바로 그 시청자들이 참가자들이 고통받는 걸 보면서 '와 빡세다' '헐 살벌하네' '아 뭐야, 왜 저래?' '뭐야 다 나가 떨어지네.' 같은 생각만 하고 있다면, 그게 더 문제 아닌가? 논란이 되고, 참가자들이 해명을 하고, 그런 상황을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것이다. 


그렇다고 진짜 뭐, '떡상'을 바라서 이걸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계속 내가 말이 길어진다. 왜냐면, 좋은 마음으로 모인 사람들이 좋은 의도를 갖고 좋은 컨텐츠를 기획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되었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들의 인권 감수성이나, 한국 사회의 군사문화에 대해서 말할 수도 있지만, 우선은 여기의 악의 없음이 크게 보였다. 나는 채널을 오래 봤고, 평소라면 전혀 좋아하지 않았을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갖게 되었다. 사람이 착하다는 건 사실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가짜사나이 2 면접부터는 그냥, 내 멘탈에 압박이 심해서 볼 수가 없었다. 아마도 좋은 그림은 이랬을거다. 극한 상황과 스트레스가 있고, 서로가 끝까지 할 수 있게 서로 격려하고, 누군가 정 못견디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퇴교를 하면 그의 선택을 그냥 존중해주는 것. 그리고 남은 사람들끼리 다시 서로를 다독이고 끝까지 가는 것. 그리고 마땅히 있어야 했을 성취감. 퇴교자들이 끝까지 훈련을 마친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뭐 그런 그림이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내 생각엔 여기서 JJS이 잘못 들어간 것 같다. 아 뭐야, 싱거워, 진짜로 한대며, 봐주네 같은 소리가 나왔더라도 이게 진짜로 사람을 극한상황에 몰아넣는 진짜 훈련이었으면 안 되었다. 이들은 민간인이고, 새 사람 되고 싶어서, 뭔가 내가 멘탈이 루즈해진 것 같아서, 나 자신을 시험하고 싶고 어려운 것에 도전해서 성취감을 얻고 싶다고 모였으니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이러한 사고 방식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차라리 평소에 하지 않던 새롭고 작은 일 찾아 하면서 내가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구나, 내 일상을 내가 바꿀 수 있구나, 그런 게 더 좋다고 생각함) 그러니까 여기서 뭐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생각을 안했어야 했다. 이들은 군인이 되려고 온 게 아니니까. 


민간 군사 기업이든 전 udt든, 아무튼 해당 영상의 그 누구도 현재 군인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 모든 것을 더 허망하게 만든다. 전쟁의 참혹함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면, 밖은 전쟁이라든가, 사회는 전쟁이라든가, 그런 이야기를 안 할 것인데.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전 군인이어도 할 이야기는 충분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이런 건 이제 안 했으면 좋겠다. 사회와 군대는 다르다. 군대 문화를 자꾸 퍼 와서, 이 사회가 크고 넓은 군대가 되면, 그냥 영원히 제대하지 못할 뿐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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