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외면할 수 없다
몰랐다. 그들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오직 인간만이 아픔을 느끼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들은 무쇠 팔 무쇠 다리를 지녔다 생각했다.
감정은 오직 인간만의 전유물이고 그들은 강자만이 살아남는 먹이 사슬의 하부 구조를 이룰 뿐이겠지 했다.
그렇게 무지했다. 아니 어쩌면 사람 아닌 존재에 관심 자체가 없었던 거 같다.
아이 어렸을 때, 도서관 마당에서 우연히 마주친 새끼 고양이가 자기를 따라온다며 키우자 조를 때에도 단호히 거절했었다. "털 있는 동물은 키울 수 없어." 그랬다. 털 있는 동물을 제외한 물고기, 거북이, 장수풍뎅이 등등 많은 동물을 키우기는 했다.(과연 키웠던 것일까 의심스럽지만) 아이가 원했고 교육적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거 같아서였다. 함부로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생명에 대한 존중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쯤 되었을까? 장수풍뎅이 같은 곤충을 인터넷을 통해 구입하고 택배로 받는 행태를 비판하는 기사를 보았다. 그때 좀 진지하게 생각을 해봤던 거 같다.
알면 모른 척 버틸 수 없다.
2020년 봄, 입대하는 아들의 햄스터 두 마리를 떠맡았다.(아들의 입대는 가을이었지만 미리 내게 맡겼다.)
50g 남짓한 보송보송한 녀석이 뽈뽈거리며 사육장 안을 돌아다녔다. 씨앗을 두 손에 쥐고 갉아먹기도 하고, 양볼 가득 좋아하는 씨앗을 감추기도 한다. 며칠 챙겼더니 내가 다가가면 은신처 밖으로 나와 목을 쭈욱 뽑고 반기기도 했다. 손을 내밀면 손 위로 쪼르르 올라온다. 뭘 믿고... 어설프지만 교감이라는 게 되는 듯싶었다.
그래서일까? 자칫 다치게라도 할까 늘 조심했다. 무엇을 먹여야 할까? 어떻게 관리해주어야 할까? 수의사가 쓴 햄스터 관련 책이 있길래 책도 사보았다. 세상에나! 이 작은 녀석들이 암도 걸린다. 그래서 이 녀석들을 대상으로 암과 관련된 실험도 많이 하더라.
평균 수명 2년. 이 아이들은 나와 딱 2년을 살았다. 나는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돌봤다. 좋은 것을 먹이고 좋은 공간을 제공했고 이상하다 싶을 때는 지체 없이 병원에 데려갔다. 그러니 특별할 수밖에...
마침내 그들이 나를 떠났을 때는(시간을 두고 둘 다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목 놓아 꺼이꺼이 울었다.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사람 아닌 동물 때문에 기뻐하고 슬퍼하게 된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