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령 말 못 하는 이들일지라도
모처럼 집 밖으로 나갔다.
일 없이 나선 것은 아니다.
혼자 계신 노부의 삶을 챙겨야 해서 나선 길.
달에 두어 번 대전엘 간다.
오가는 시간과 피로감을 고려하면 차라리 고속버스가 이롭다. 터미널까지 걸어서 15분 남짓 걷는다.
그래서 보게 되었다. 괴상망측한 몰골의 나무를.
처음 한 녀석을 보았을 때는 어디가 아픈 것일까 했는데 이 동네 아파트의 나무들이 모두 이 모양이더라.
어떻게든 살아보겠느라 울부짖듯 기둥을 감싸 쥔
가는 줄기와 잎들이 애처롭고 처량하게 보였다.
집에 와서 사진을 남편에게 보여주었더니
지금은 많이 좋아진 것이라 한다.
우연히 목격하게 된 전지 작업의 모습이 너무도 충격적이었단다. 목숨만은 살려줄게 하는 것 같더라고.
이것이 최선이었을까?
차라리 무지였으면 좋겠다.
잦은 전지 작업으로 인한 비용이 싫어서가 아니라.
같이 좀 삽시다.
드러내어 공을 과시하지는 않지만
우리네 삶을 온 힘을 다해 돕는 이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