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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다

정면 승부는 불가능 그저 피할 뿐이다

by 꿈쟁이

무에 힘들다고 여름 보양식을 먹나? 했었는데

여름 나기가 고된 나이가 되었다.

5월에도 팔뚝이며 발목에서 찬바람이 휘익 불고

삼복더위에도 커피는 반드시 뜨겁게 내려 마시는 것을 고집했었는데

4~5년 전부터는 여름이 무섭다. 기후 변화 탓도 있겠지만 내 몸이 변한 것 같다.

"맞다. 갱. 년. 기."

올해는 좀 더 빨리 힘들다.

제법 초여름다운 날씨가 좋았었는데 훅하고 예상치 못한 무더위가 들이닥쳤다.

지난주 내내 그리고 어제까지도 팔, 다리, 어깨 가릴 것 없이 뭔가에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팠다.

작업 때문에 그런가 싶어

나름 스트레칭도 열심히 했는데

밤에는 손발이 뭉근하게 열도 오르고 묵직해지더니

구부리는 것도 어색하고 마디마디 아프다.

쨍하고 따끔한 더위가 아니라 습하고 텁텁한 더위는

숨이 막힌다.

견디다 견디다 별 수 없어 에어컨을 켜기는 하지만

그것도 썩 마뜩지 않다.

문득, 에어컨 없던 그때는 어찌 살았을까?

싶어 잠시 과거를 떠올려 본다.

남 얘기가 아니다. 나는 결혼 29년의 시간 중 15년은 에어컨 없이 살았다.

그 시절 에어컨 있는 집들도 있기는 했으나 대부분 모시고만 살았다.

에어컨은 전기요금이 무서워 손님 올 때만 잠깐씩 돌리는 사치품이었다.

사놓고 맘껏 쓰지도 못할 거라면 굳이 비싼 돈 들일 필요 없다 싶어 아예 마음을 접었다.

이후 인버터(inverter) 방식을 채택한 에어컨이 익숙해지고 나서야 구입할 마음을 먹었고

당황할 수준의 전기 요금이 나올 리 없다 하는데도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한동안은 최소한으로만 돌렸다.

그러고도 지낼만했던 거 같다.

많이 더우면 찬물에 세수하고 그도 아니면 샤워하고

그렇게 아이도 키우고 일도 하고 여름이 아주 많이

불편하지는 않았다.

아이랑 열심히 여행도 다녔다.

지금은 집이 젤 좋다. 외식도 사양한다.

테이블 위에 책만 쌓인다.

올여름 피서는 집에서 책을 보련다.

날씨는 독하게 더운데

창밖 나무의 짙푸름은 어쩌자고 이쁘다.

작업 중이다
뽀송한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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