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엄쉬엄 가자
언제쯤이었을까? 서서히 진행되고 있었는데 나는 그 때문일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게 어떤 것인지 충분히 잘 알아. 유난 떨 필요 없어."라고 큰소리쳤다.
그런데, 어쩜 이렇게 아플 수 있을까?
끙끙대는 내게 남편은 "병원 가 봐." 하는 무성의한 염려를 툭 내던졌다.
"병원? 어떤 병원을 가야 하지?" 모르겠다. 이쯤 되면 기억을 더듬어 무엇 때문이었을까를 알아내야 한다.
어깨가 아파서 등이 아파서 팔이 아파서 스트레칭도 열심히 해 보았다. 그래도 아프다.
엉덩이가 아파서 의자에 앉아 있기도 고되고 그렇다고 서 있자니 발 뒤꿈치도 아프다.
그래서 효염이 있다는 운동을 하고 내일은 아프지 않을 거라 굳게 믿었는데 무참하게도 어긋나더라.
손가락이 아프길래 그림 그리느라 그럴까 싶었는데 오른손만이 아닌 왼손도 마찬가지다.
기본 값으로 눌러앉아 있는 통증 때문일까? 매일매일 빨아도 빨아도 줄지 않는 빨래 바구니의 빨래만큼이나 짜증이 만땅이다. 모든 관절들이 아우성치며 "나 여기 있소!" 경쟁하듯 "누가 누가 더 아프지?" 그 존재감을 과시하는 동안에도 때는 이때다 하고 장마철을 틈타 집안 후미진 곳에서 암약하는 곰팡이들과의 전투를 멈출 수 없는 내가 기막히고 서럽다.
왜지? 온몸이, 정말 온몸이 왜 아픈 거지? 달력을 펼치고 손가락을 꼽아보니 원인을 알겠더라. 요즘은 완경이라 하던데 맞다 폐경. 올 2월 말이 끝이었다. 심리적인 동요? 여자로서 어쩌고저쩌고 그런 감정은 전혀 없다. 오히려 홀가분하다. 응당 그럴만한 나이니까. 그런데 말이야, 이건 심하잖아. 쿨하게 인정한 것과 상관없이 내 몸이 호르몬 변화에 이토록 격렬하게 반응할 줄이야. 나를 돌봐야 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겠다.
일을 위해 운동을 미루지 않으련다. 나를 위한 영양제도 먹고, 남편과 아들에게 집안 일도 나누자 요구하련다.
불현듯 울 엄마 생각이 난다. 엄마는 어떻게 견디었을까? 엄마는 내 나이보다 훨씬 전부터 아프다 하셨다..
내가 아파보니 엄마의 아픔이 미안하다. 내가 잘 몰라준 거 같아서... 전화라도 하면 좋으련만 그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