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있는 풍경
'딸각딸각'
...
드륵... 드륵...딱!
큰 놈이 플라스틱 먹이 장난감을 입에 물고 바닥에
패대기치는 소리다.
"집사, 일어나" 하는 것이다.
어쩔 때는 의자 위로 물고 올라가 내던지기도 한다.
그 기막힌 모습을 내 두 눈으로 목격했더랬다.
헝겊 옷을 입은 쥐돌이 먹이 장난감을 입에 물고
의자 위로 올라가서는, 고개를 뒤로 홱 젖혔다가
온 힘을 다해 앞으로 내던지더라.
그리고는 나를 흘깃 본다.
내가 아무 반응이 없다 싶으면 했던 짓을 또 반복한다. 잠에서 깬 것을 들키지 않으려 그 꼴을 숨 죽여 훔쳐보는데 어찌나 우습던지.
'저 놈 사람 아냐?'
이 녀석의 행동이 나의 과장이 아님을 가족들에게 증명해 보이기 위해 홈캠이라도 설치해야 하나 고민했었다.
새벽에 딱 한 번 사료를 챙겨준다. 잠자리에 들기 전 미리 준비해 둔 것이다. 새벽 참을 챙기는 것이 번거롭기는 하지만 얘는 공복시간이 길면 토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다.
베갯머리를 더듬는다. 불을 켜지 않아도 익숙하다.
5년째 새벽 루틴이니까. 손에 잡힌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한다. 3시 30분?
(계절에 따라 다르다. 밤이 긴 겨울에는 4시 30분)
벌떡 일어나 무심한 척, 사실은 발끝으로 바닥을 더듬어 살피며, 화장실로 향한다.
(널브러져 있는 것들이 많다. 나의 편안한 밤을 위한 다양한 먹이 퍼즐들이다.)
화장실 문은 부러 꽉 닫지 않는다.
곧, 쑥- 하고 살짝 열린 문틈을 비집고 정수리가 빼꼼 들어온다. 폭신폭신한 정수리의 유혹, 만지고 싶다.
하지만 꾹 참는다. 새벽 루틴에 추가되면 곤란하니까.
대신에 아무 말 없이 코끝을 살짝 만져 본다.
딱 적당하게 촉촉하다.
녀석이 쏙- 하고 뒷걸음질 친다.
뒤이어 또 한 녀석이 들어온다.
(작년 12월부터 하나가 아닌 둘이다)
이 놈은 망설이지 않고 화장실 안으로 밀고 들어온다.
"깨-비! 나가자. 엄마도 나갈 거야. 조심!"
불을 켜지 않은 거실은 캄캄하다.
화장실에서 막 뛰쳐나간 깨비가 앞서 인사를 끝내고
점잖게 앉아 있는 아라에게 다짜고짜 엉긴다.
이제 막 한 살이 된 깨비는 생각보다 행동이 앞선다. 그런 깨비에게 교양을 바라는 것은 아직 성마르다.
깨비의 거친 장난이 싫은 아라는 으르렁거리며 오만 짜증을 낸다. 큰 놈의 짜증에도 굴하지 않는 깨비의 장난은 투닥투닥을 지나 엎치락뒤치락하는 단계까지 이어지고 "얘들아, 냠냠 먹자." 하는 반가운 소리를 듣고서야 큰 녀석 아라는 매트 왼쪽에 마련된 평판형 먹이 장난감 앞에, 장난을 그만두는 것이 못내 아쉬운 깨비는 느릿느릿 매트 오른쪽 밥그릇 앞에 다소곳이 두 발 모으고 앉는다.
아라는 8g, 이제 막 한 살이 된 먹는 것보다 노는 게
더 좋은 깨비는 12g.
각자의 방식대로 맛있게 먹는 소리가 들린다.
곧이어 들리는 홀짝홀짝 물 먹는 소리.
깨비의 홀짝거림은 16분음표의 연속이다.
4박자 마디로 네댓 마디는 될 것이다.
아라는 8분음표. 여유가 느껴진다.
벅벅벅벅... 깨비가 화장실을 간 모양이다. 요란하다.
아라는 아침에 간다. 그리고 훨씬 조용하다.
까무룩, 다시 잠이 든다.
진짜로 일어나야 하는 아침이 왔음을 알리는 것은
언제나 둘째 깨비다.
아라가 에둘러 나를 깨운다면 이 녀석은 직설적이다.
창가에 엎드려 바깥 구경을 하다가 때가 되면 끼룩끼룩 물개 소리를 내며 나를 향해 거침없이 돌진한다.
집사가 숨은 잘 쉬는지, 그 새 별 일은 없었는지
확인이라도 하는 것 마냥 내 얼굴에 제 머리를 바짝
들이대고 킁킁거리며 앞발로 내 머리칼을 마구 헤집는다. "야아-!"
녀석은 다음 타깃을 향해 꼬리를 곧추 세운채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고 엉덩이를 덩실거리며 속도를 낸다.
잘 자고 있는 큰 놈을 깨울 차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불 뿜는 소리가 들리고, 곧 용이 될 것 같은 첫째 아라가 으르렁대며 튀어나온다.
다 잤다. 두 고양이 집사에게 늦잠이란 없다.
부스스... 이불을 걷어내고 일어나 수납장에서 녀석들 캔을 하나 꺼내 주방으로 간다.
이쁜 고양이들, 밥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