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엄마(5)
흙먼지 풀풀 이는 골목길에서 사방치기를 하며 폴짝거리던 때가 생각난다.
돌멩이 하나 휙 던져 놓고는 금을 밟지 않으려 애쓰며 한 발로 깨금발질 하던 그 놀이.
나비처럼 사뿐 뛰지 않으면 체중에 밀려 금을 밟고야 만다. 그러면 죽게 된다.
어쩌면 엄마는 그 금을 밟았는지도 모르겠다.
아프고 지친 몸은 무겁기 마련이니까.
아니면 심술궂은 누군가가 그 금을 굵게 그려 놓았거나.
그건 반칙인데...
분명한 것은 그 금을 밟은 엄마는
더 이상 실재하지 않는다.
그 찰나의 순간에 엄마는 기억이 되었다.
3주가 지났다.
매일 바쁘다.
이제 일상도 살아야 하고,
혼자 남겨진 아빠도 챙겨야 하고,
엄마의 죽음을 알리는 공적인 일들도
하나하나 챙기고 있다.
카톡~ 카톡~
사망신고가 완료되었습니다.
우편물도 도착했다.
더 이상은 건강보험의 피부양자가 아니라고...
실재했던 나의 엄마가
더 이상은 실재하지 않는다고
억지로라도 인정해야 한다고
매일매일 나를 조른다.
곧 봄이 오려나보다.
따사로운 볕이 참 좋네.
울 엄마도 참 좋아했는데.
작년 봄, 베란다 창 밖에 흐드러지게 핀 봄꽃들이
나를 흥청이게 하더라.
한껏 취한 나는 혼자 보기 아까워 엄마에게 전화했다.
대전도 이미 많이 피었다며 반기셨다.
"엄마, 참 좋다. 지난겨울 잘 견디셨어.
볕 좋은 봄이 오고 꽃도 피고 좋지요?
마음껏 보세요. 엄마!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봄일지도 모르잖아요.
엄마도 나도 그리고 그 누구도 내일을 장담할 수 없으니까.
그러니 오늘 본 이 꽃을 충분히 예쁘다 칭찬해 주세요.
그럼 행복해지잖아.
그리고, 아픈 것도 견딜만하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그래, 이쁘네. 좋아."
나뭇가지 위의 새들이 요란하게 지저귀는 거 보니
봄이 오는 게 맞나 보다.
좋은 계절에 짝짓기 하려 목놓아 부르나 보다.
새 봄이 오는 것은 맞는데.
나는...
엄마의 손을
물러가는 겨울 끝자락에 놓쳐버렸다.
얼마 전 엄마의 영정사진 옆에 놓을 꽃다발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