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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쟁이 Feb 27. 2023

새 봄이 오는 것은 맞는데

나의 엄마(5)

흙먼지 풀풀 이는 골목길에서 사방치기를 하며 폴짝거리던 때가 생각난다.

돌멩이 하나 휙 던져 놓고는 금을 밟지 않으려 애쓰며 한 발로 깨금발질 하던 그 놀이.

나비처럼 사뿐 뛰지 않으면 체중에 밀려 금을 밟고야 만다. 그러면 죽게 된다.


어쩌면 엄마는 그 금을 밟았는지도 모르겠다.

아프고 지친 몸은 무겁기 마련이니까.

아니면 심술궂은 누군가가 그 금을 굵게 그려 놓았거나.

그건 반칙인데...


분명한 것은 그 금을 밟은 엄마는

더 이상 실재하지 않는다.

그 찰나의 순간에 엄마는 기억이 되었다.


3주가 지났다.

매일 바쁘다.

이제 일상도 살아야 하고,

혼자 남겨진 아빠도 챙겨야 하고,

엄마의 죽음을 알리는 공적인 일들도

하나하나 챙기고 있다.


카톡~ 카톡~

사망신고가 완료되었습니다.


우편물도 도착했다.

더 이상은 건강보험의 피부양자가 아니라고...


실재했던 나의 엄마가

더 이상은 실재하지 않는다고

억지로라도 인정해야 한다고

매일매일 나를 조른다.


곧 봄이 오려나보다.

따사로운 볕이 참 좋네.

울 엄마도 참 좋아했는데.


작년 봄, 베란다 창 밖에 흐드러지게 핀 봄꽃들이

나를 흥청이게 하더라.

한껏 취한 나는 혼자 보기 아까워 엄마에게 전화했다.

대전도 이미 많이 피었다며 반기셨다.

"엄마, 참 좋다. 지난겨울 잘 견디셨어.

볕 좋은 봄이 오고 꽃도 피고 좋지요?

마음껏 보세요. 엄마!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봄일지도 모르잖아요.

엄마도 나도 그리고 그 누구도 내일을 장담할 수 없으니까.

그러니 오늘 본 이 꽃을 충분히 예쁘다 칭찬해 주세요.

그럼 행복해지잖아.

그리고, 아픈 것도 견딜만하게 될지도 모르잖아요."

"그래, 이쁘네. 좋아."


나뭇가지 위의 새들이 요란하게 지저귀는 거 보니

봄이 오는 게 맞나 보다.

좋은 계절에 짝짓기 하려 목놓아 부르나 보다.


새 봄이 오는 것은 맞는데.

나는...

엄마의 손을

물러가는 겨울 끝자락에 놓쳐버렸다.


얼마 전 엄마의 영정사진 옆에 놓을 꽃다발을 보냈다.



볕 좋은 날, 잠시 멍때리다 엄마에게 전화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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