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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쟁이 Apr 03. 2023

내가 널 기다렸어

반갑다 풀꽃!

올해도 피었구나.

기다려 주는 이 없어도

알아보아 주는 이 없어도

독한 겨울 지나

새봄이 왔다고

늘 그랬듯 초록 잎을 내고

쌀알 반톨만 한 꽃을 피웠구나.


너 없는 세상 따윈

아무렇지도 않을 사람들 천지지만

넌 아랑곳 않고

꽃잎 다섯 장

잘 다독여

하늘 아래

거침없이 당당하구나.


평소보다 꽃 소식이 빨리 들려왔다.

이게 꼭 반가운 것만은 아닌데...

(기후변화 탓일까 싶어)

그래도 기왕 핀 꽃이니 즐겨보자 싶다.


집을 나서니 어디에 눈을 둬야 할지 어려우리 만치

다양한 꽃들이 한꺼번에 만발했다.

당장에 줄지어 늘어선 벚나무에는

폭설이 내린 것 마냥 소복하게 피었다.

개나리가 노랗게 재잘대는 소리도 시끄럽고

여리여리 분홍치마 흔들어대는 진달래도 요란하다.


그리고

내가 겨우내 그리워했던 꽃들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길 위의 블록 사이사이

얇게 깔린 흙 한 줌만 있어도

기어코 살아내고야 마는 너.

지난겨울

내 너를 그리워했었다.


작은 꽃 잎에 하늘을 품었다. 태양까지도...


높은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꽃.

땅을 기어야 볼 수 있는 꽃.

나는 올봄 그 어떤 꽃보다 더 소중하고 반갑다.

더욱이 이봄 한 철이 아닌

겨울이 오기 전 늦가을까지 피고 지기를 반복하기에...



* 풀꽃이 너무 이뻐 이번만큼은 그림이 아닌

제가 직접 찍은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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