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풀꽃!
올해도 피었구나.
기다려 주는 이 없어도
알아보아 주는 이 없어도
독한 겨울 지나
새봄이 왔다고
늘 그랬듯 초록 잎을 내고
쌀알 반톨만 한 꽃을 피웠구나.
너 없는 세상 따윈
아무렇지도 않을 사람들 천지지만
넌 아랑곳 않고
꽃잎 다섯 장
잘 다독여
하늘 아래
거침없이 당당하구나.
평소보다 꽃 소식이 빨리 들려왔다.
이게 꼭 반가운 것만은 아닌데...
(기후변화 탓일까 싶어)
그래도 기왕 핀 꽃이니 즐겨보자 싶다.
집을 나서니 어디에 눈을 둬야 할지 어려우리 만치
다양한 꽃들이 한꺼번에 만발했다.
당장에 줄지어 늘어선 벚나무에는
폭설이 내린 것 마냥 소복하게 피었다.
개나리가 노랗게 재잘대는 소리도 시끄럽고
여리여리 분홍치마 흔들어대는 진달래도 요란하다.
그리고
내가 겨우내 그리워했던 꽃들
역시 실망시키지 않는구나.
길 위의 블록 사이사이
얇게 깔린 흙 한 줌만 있어도
기어코 살아내고야 마는 너.
지난겨울
내 너를 그리워했었다.
높은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꽃.
땅을 기어야 볼 수 있는 꽃.
나는 올봄 그 어떤 꽃보다 더 소중하고 반갑다.
더욱이 이봄 한 철이 아닌
겨울이 오기 전 늦가을까지 피고 지기를 반복하기에...
* 풀꽃이 너무 이뻐 이번만큼은 그림이 아닌
제가 직접 찍은 사진으로 대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