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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름 Sep 02. 2018

싱가포르에도 인종차별이 있을까?

답은 '조금 있다' 입니다.

**구독자 수가 늘수록 흰 여백에 검은 글자 채우기가 이토록 떨리고 두려울 수 없습니다. 정식 작가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의 귀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 내 글이 누군가에게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 세상을 약간이라도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조급함. 감사와 칭찬만을 피드백으로 받고 싶다는 유아적 이기심. 좋은 글을 쓰고 싶을수록 첫 문장에서 턱 막혀버리는 갑갑함. 여러 감정 때문에 요즘 랩탑 앞에서 하염없이 모니터를 바라보다 그냥 전원을 끄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친구들이 올 때 마다 입을 모아 하는 소리는 “어머! 야, 너 정말 좋겠다. 이렇게 좋은 곳에서 오래 지낼 수 있으니까! 싱가포르 너무 마음에 들어. 나도 여기서 살고 싶어.”


한국 여자인 내 친구들에게, 나에게 싱가포르는 대체적으로 다정하고, 칼같이 선을 긋는 편이지만 상식적인 도시국가이다. 어떤 위험과 불합리함도 존재하지 않는 법치국가.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기에 제격인 나라. 

하지만 과연 모든 이들에게 그러할까?

https://thehoneycombers.com/singapore/does-casual-racism-exist-in-singapore-heres-what-the-honeycombers-think/


한국-

주변 지인들도 ‘한국인’이기 때문에 면접 시 우호적인 분위기가 있었다라는 증언을 한다. 나 또한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보았을 때 동의한다.

싱가포르 사람들은 한국여자라면 주로 연예인 이야기와 뷰티 산업, 패션 트렌드 등에 빠삭할 것이라는 가정을 한다. 슬프게도 한국인은 예쁘고 잘생겼지만 영어를 못한다는 편견이 (……) 있는 편이다.

가장 황당한 감정이 들 때는 택시기사 분들이 몇 마디 영어로 말을 걸고, 한국인이라는 것을 확인하면

'와 ! 너 한국인 치고 영어 정말 잘 하는데?' / '한국에서 영어 배웠다고? 그럼 너 인터내셔널 스쿨 다녔나보네. 아니면 유학갔다 왔거나.' / '한국 사람들은 다 영어 못하던데......' 이런 소리를 꼭 한다. 그럼 나는 그건 사실이 아니고, 나는 다른 한국인과 비교하면 영어를 못 하는 축이라고 대답해준다.

요즘 한국 잡 마켓의 침체로 인해 싱가포르로 건너오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를 대변하듯 한식당, 바, 카페, 호텔 등 서비스업에 저임금 한국인 노동자들이 많아졌는데, 그 사실을 알아챈 로컬들도 상당수 있다. 왜 이렇게 요즘 싱가포르로 일하러 온 한국인이 많은 거냐며 질문하는 사람들의 수가 상당하다.


필리핀-

속된 말로 나의 최애. 다정하고, 흥 많고, 영어와 미소, 예의바른 애티튜드가 정말 끝내준다. 내가 만난 필리핀 사람들은 인성이 참 좋았다. 아마 나라는 개인과 특정 필리핀 사람들의 케미가 잘 맞는 것이리라.

그러나 싱가포르는 필리핀 사람들을 대부분 '시끄럽고', '교양없는' 저임금 노동자로 생각하고 깔보는 (?) 경향이 있다. 브런치 독자 중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증언 댓글을 남겨준 분들이 몇 명 계실 정도인데, 아무래도 메이드 및 건설직 노동자, F&B 서비스업 종사자가 다수이기 때문에 한 수 아래로 보고 대한다. 필리핀 메이드들은 임신도 마음대로 할 수 없으며, 기타 필리핀 근로자들은 비자 문제로 인해 아이들과 생이별하여 싱가포르에서 노동하는 경우도 대다수다. 고연봉을 받는 필리핀 매니저들도 당연히 있지만. 그런 케이스는 흔치 않다. 재미있게도 어린 세대 – 특히 싱가포르 여자아이들과 ‘필리핀 계’ 싱가포르 남자아이들이 사귀는 경우가 왕왕 있다. 싱가포르 여자아이들 말로는 필리핀 계 남자애들이 더 잘생기고 키도 크고, 스윗한 편이라서 좋다고. (?)

나라가 굴러가기 위한 방편 중 하나로 많은 수의 필리핀 노동자를 받고 있는 싱가포르. 여러 곳에서 상주하고 있고, 또한 영어가 잘 통하는 저임금의 인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싱가포리언들은 필리핀 사람들이 곳곳에 많은 것에 대해서는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위기이다. 마음 한 켠에서 진정으로 반기느냐는 둘째 문제이지만. 

https://www.quora.com/What-do-Singaporeans-think-about-Filipinos


영국-

싱가포르는 영국 식민지였던 과거의 역사를 잊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나라처럼 일본을 미워하고 배척하는 것이 아니다. 영국인들이 많고, 영국 기업들이 터전을 잡고, 영국식 영어를 쓰고 교육을 받는 데에 어떠한 거리낌도 없다. 영국 여행자나 영국 근로자들에게 호의적인 편이다. 한국처럼 싱가포르도 백인 우월주의가 남아있다. 일례를 들자면. 

나의 홍콩 친구가 자신의 상사인 영국 백인 남자와 레스토랑에 잠시 들렀다. 그녀가 ‘예약을 안하고 왔는데 혹시 자리가 있을까요?’ 라고 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자리 없는데요. 나중에 오실래요?’였다. 놀랍게도 자신의 상사가 같은 질문을 다른 사람에게 하자, ‘물론이죠. 자리 만들어 드릴게요. 몇 분이시죠?’ 라며 자리를 안내했다고. 하나의 단편적인 에피소드로 모든 싱가포리언들이 인종차별주의자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도 백인 친구들과 싱가포르를 다닐 때마다 공기의 흐름이 미묘하게 바뀌는 것을 체험한 바, 백인 우월주의는 존재한다.


일본 – 일본 음식을 좋아한다! 광고나 홍보물에 ‘홋카이도 00’, ‘도쿄식 00’ , ‘일본에서 핫한~’이렇게 쓰여 있는 곳이 많다. 비단 일본 음식점에서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맥도날드에서도 아예 특정한 일본 지역 명을 내걸고 저번 달에 마케팅까지 할 정도로 전체적인 일본 문화와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심지어 일본 취업시장의 붐으로 인해 싱가포르에 사는 일본인의 수가 많이 줄었다. 이 말인즉슨 잡 마켓 상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이 빠진 셈이니, 수요와 공급 법칙에 의거하여 일본인 취업자에게는 한국인보다 훨씬 좋은 대우를 해주는 편이다. 또한 깨끗하고 민폐 끼치는 것을 싫어하는 일본인 스타일을 잘 아는 집주인들은 일본인 세입자를 선호하는 편이다.


서남아시아 (방글라데시, 인도, 파키스탄) – 근로자의 경우. 대접의 온도 차가 아주 확연히 드러나는 국가. 구글에 검색하기만 해도 중국인(화교 싱가포리언) 우월주의에 젖은 로컬들이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막말을 한 케이스가 튀어나온다. 비자 발급을 위해 메디컬 체크를 할 때도 이들은 짐짝 취급을 당한다. 건축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 이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도 있고, 대놓고 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작자들도 있으며, 인격적인 대우를 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또한 세입자를 받을 때도 추후 문제의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그 쪽’ 사람인지, 동북아시아 계열인지를 물어보는 질문을 한다(!). 차별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미국이나 북유럽의 경우 큰일이 날 상황이지만 이 곳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묻는다. 물론 돈이 많거나, 직업이 화려하거나, 싱가포르 여권을 소지한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의 경우 차별을 거의 받지 않는다. 싱가포르 입장에서는 자국을 보호하기 위해, 그들이 싱가포르에 눌러앉지 못하도록 기회가 나는 대로 본국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온갖 정책을 입안했다. 


흑인 (아프리카, 유럽, 북미, 남미 포함) – 잘 모르겠다. 여행객은 종종 있다. 하지만 싱가포르에 사는 흑인은 정말 찾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미군, 원어민 영어 선생님, 아프리카 출신 난민들이나 유학생 등으로 인해 이태원에는 이미 아프리카 음식점이나 흑인 문화의 파편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정도인데. 싱가포르에는 이상할 정도로 흑인이 없다. 


백인 우월주의가 있는 편이지만 팽배하지는 않다. 그러나 같은 백인이라고 해도 슬라브 계는 입국 시 강하게 조사하는 편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아르메니아 등. 매춘 이슈가 있기 때문이다. 화교 싱가포리언과 비슷하게 생기고 동일한 문화를 공유한 동북아시아 계는 대체적으로 환영한다. 특히 소프트파워의 영향으로 인해 일본인과 한국인에게 호감을 가진다.


그렇다면 같은 다민족, 다인종 국가인 미국과 동일할까? 아주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국과 싱가포르는 다민족 다인종 국가임에도 약간은 다르다.


여담이지만. 미국의 남자친구 집으로 여행을 떠났을 때 내가 놀랐던 점은 이렇다. 

1)     동북아시아 계 여자인 한국인, 나

2)      리비아 출신의 아랍계 미국인인 오마르 삼촌

3)      오마르와 결혼한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인 백인 태스님 이모 

4)      그 두 분 사이에서 태어난 아랍 – 백인 혼혈 삼 남매.

5)     이슬람교를 믿는 그 삼 남매 중, ‘장남’과 진지하교 교제 중인 힙스터 미국 흑인 앨리스. 

6)     그리고 내 남자친구이자 태스님의 조카인 중산층 백인.

배경도 출신도 종교도 생김새도 다른 모두가 둘러앉아 블랙팬서와 김정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리비아 음식을 한 상 가득 차려 먹고, 나와 남자친구는 기독교 식 기도를 하는 상황. 단일민족이 가장 좋은 가치인 줄 알았던 나는 태어나 처음 충격을 받았다. 모든 종교, 인종, 생김새, 국적을 따지지 않고 너무나 당연하게. 마치 그자리에 영원부터 있었듯이 아무렇지 않게 다양성을 빨아들이는 그 모든 공기와 분위기가.


 싱가포르에서는 아직 북미만큼 강력한 인종 차별 금지 법이 행해지고 있지 않다. 싱가포리언들은 사실상 아무 문제 없이 평화롭게 지내고 있지만 관찰해보면 인종 그룹 별로 친구가 되어 다닌다. 특정 인종인 - 화교 싱가포리언을 매우 우대하는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다. 


미국도 인종끼리, 계급끼리 네트워킹을 쌓는 경향이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표면상이라 할지라도 인종 상관 없이 금방 친구가 되고 어울려 지내는 미국과 달리, 싱가포르의 경우 ‘중국계 로컬은 중국계끼리’, ‘인도계 로컬은 인도계끼리.’, ‘말레이 계는 말레이 계끼리.’ 어울리는 케이스가 많다.(연애,결혼,거주 등등) 아무래도 종교와 식문화, 전반적인 문화가 통하는 인종끼리 지내는 것이 편하기 때문일까? 말레이시아에서 독립한 지 백년도 되지 않은 싱가포르. 과연 한 세기가 지나기 전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 같은 지금의 모습을 유지할까, 아니면 미국처럼 다양성을 최고로 치는 멜팅팟으로 변모할까?

But I love you, Singapore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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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직업마케터
맨땅에 헤딩- 현지 취업부터 스타트업 서비스 시작까지. 당신이 들어본 적 없는 싱가포르 이야기. 27.10.1992.s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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