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벽소리 Nov 25. 2024

滴水湖(D-Lake)

환상의 자전거 트랙

늦가을의 정취는 단풍 산에도 있지만 차갑고 까끌해진 물가의 공기에도 있다. 맞은편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가르며 무방비로 맡아보는 가을 정취, 호수를 가로질러 다가오는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머리칼을 흐름의 형태대로 스타일링한다. 출발점이 종착점이 되어 돌아올 때까지, 같이 가다가 돌아오고, 다시 만나서 또 헤어지는 자전거 바퀴에 바람이 동행한다.


滴水湖(D-Lake)
가는 법: 상하이 지하철 16호선 滴水湖(Dishui Lake) 역 1번 출구 도보 434m Manner Coffee 

 


길가의 파란 공용 자전거 한대를 Alipay 앱의 Hello bike를 통해 스캔한다. 요금은 처음 10분에 1.5위안, 이후 매 15분마다 1위안이 추가된다. 1시간을 탈 경우 약 5위안(한화 1000원)의 요금이 자동으로 Alipay로 차감 결제된다. 


자전거를 대여하고 호수변으로 들어가다 보면 Manner coffee를 만나게 된다. 여긴 오늘 자전거 한 바퀴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 될 중요한 위치가 된다. 호수 반대편에서도 희미하게 보일 이 종착점은 남은 거리를 가늠하게 해 주고, 돌아와서 커피 한잔 할 수 있으니 우선 알아두고 출발해 보자. 



D-Lake는 인공호수로 현재 개발 중인 린강(临港) 지역의 중심이다. 컴퍼스와 자로 그려진 듯 반듯하고 동그란 모양의 지도가 모양자로 그린 도형의 조합 같다. 빨갛게 표시한 가장 안쪽 라인은 호수와 근접해 자전거 길이 정비되어 있어 천상의 자전거 코스가 되어준다. 중간에 멈춰 숨도 고르고 속도를 내지 않아도 1시간이면 족히 종착점에 도착할 수 있으니 체력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출발해 보자. 호수의 너른 물밭 풍경을 감상하고 싶으면 가장 안쪽 라인을, 근처의 공원과 녹지의 투어를 원하면 바깥라인을 선택하면 된다. 



평지 위에 정비된 자전거 길은 굴곡이 거의 없어 남녀노소에게 순한 맛 코스다. 바람에 섞여오는 물 내음에서 익숙한 바다의 짠내가 코끝을 스친다. 해수인지 담수인지를 묻는 아이에게 당연한 듯 담수라 답하지만 바다를 지척에 두고 있어 냄새는 바다를 닮았다. 멀리 보이는 호수의 수평선이 바다만큼이나 멀어 아득하다.



곳곳에 조성해 놓은 인공습지의 갈대숲이 바람에 쉴 새 없이 나부낀다. 돌다리를 밟고 물 가까운 곳에 숨어 들어간 카메라맨의 렌즈 너머의 풍경이 내리 비치는 따뜻한 햇살을 담고 있다. 대포만한 렌즈를 들고 촬영 스폿을 찾아다니는 노년의 촬영 기사 머리 위의 태양이 순간의 스포트라이트가 된다. 물가에 앉은 왜소한 어깨는 새가 내려앉은 순간 렌즈 무게도 잊어버리고, 이 순간, 시간도 숨도 작은 떨림도 모두 일시 정지한다. 담아내는 그림마다 엽서의 한 장면처럼 푸르고 평화롭다.



호변로를 따라 페달을 밟는 길에 잠시 숨 고르기를 한다. 백팩에 무엇을 담아왔나 열린 지퍼 사이로 손을 넣어 휘저어보니 입구를 막고 있는 두 개의 바나나가 가방 밑바닥의 군것질을 철저히 방어하고 있다. 샛노란 바나나는 가방 안에서 우유갑과 휴대폰 보조 배터리와 한데 뒹굴면서 검은 면적의 마찰과 갈색 스크래치를 새로 얻었다. 갈색의 지친 모습으로 다시 만난 바나나의 얼굴이 호수를 반바퀴 돈 나보다 지쳐 있었다. 긁힌 바나나 껍질을 벗기며 Love 조형물 뒤의 원앙새(?) 모티브의 새 건물을 바라본다. 그리고 새의 부리 부분이 저렇게 맞닿아지기까지 설계도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재현했을 노력을 감탄하며 헤아려본다. 


곳곳에 새롭게 들어서는 건물 안에 망치소리가 메아리쳐 들리고 용접불꽃이 연기로 피어난다. 호수를 둘러싸고 발전할 이곳의 전경이 아직은 어리고 미숙하다. 지금은 다소 밋밋하지만, 호수 반대편에 그려지고 있는 다채로운 그림이 매번 자전거 여행에 다른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