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을 품은 가을 모기가 극성이다. 가야 할 때를 알고 조용히 떠나 주면 좋으련만 때를 모르는 모기는 늦더위를 붙잡고 내 발목을 붙잡는다. 강바람이 고실해서 걷다가 멈추고 걷다가 멈췄다, 1년 중 내가 제일 사랑하는 온도다. 허리춤에 손을 얹고 계단을 번갈아 밟으며 짧아진 종아리 근육을 늘이고 있는 사이, 엄지의 감각이 아프고도 가렵다. 금세 츄파춥스가 되어버린 엄지를 곤봉처럼 들고 팔짝팔짝 뛰었다. 림프를 타고 올라간건지 겨드랑이도 간질간질하고 팔 전체 감각이 묘하다. 간지러운데 어디가 정확히 어디가 간지러운지 모르고 뻐근한데 정확한 위치를 모른다. 부어오른 손가락을 보며 보다 못한 남편이 모기가 날아다닐 허공을 향해 공허한 한마디 남긴다.
"얘네들은 왜 살아?"
이 질문.
어디선가 들어본 이 익숙한 존재론적 질문.
은유 세 살 때.
말 배우고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일 때.
'왜'의 블랙홀에 빠져 허우적대던 그때.
은유야, 밥 먹자!
왜?
밥 먹어야 힘이 나지~
왜 밥 먹어야 힘이 나?
밥이 힘으로 변해야 은유가 놀기도 자기도 하는 거야.
왜 자는데?
그래야 힘이 나지
왜 자면 힘이 나?
자는 도중 힘이 채워지니까
아, 왜 채워져?
그래야 살 수 있으니까
왜 살아?
왜 살아? 왜 살아? 왜 살아?.........
여름 철에 꼭 먹는 음식이자 즐겨 먹는 음식 중에 추어탕이 있다. 몇 마리나 들어갔는지 알 수가 없어 갈아 넣은 탕보다 통추어탕을 좋아한다. 끓는 기름에 바삭하게 튀긴 추어튀김과 시원하게 익은 어리굴젓을 함께하면 그 조합이 환상이다. 미꾸라지는 장구벌레의 주요 포식자다. 모기 성충은 가을 하늘을 수놓는 잠자리의 영양원이 되기도 한다. 먹이사슬에서 단계를 건너뛰면 상위 포식자는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 그 위의 포식자와 전체 생태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포식자의 맨 꼭대기에 인간이 있음을 간과하지 않는다면 모기와 같은 해충도 존재의 이유가 확실해진다. 그래. 생물 수업에서 잘 배웠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쓸모는 지극히 주관적이고 상대적이기에 지금 당장 내 손가락을 물고 간 모기를 생각하면 전기 모기채가 아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