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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소리 Jun 16. 2024

지금, 여기서 행복할 것

선택보다 집중

짜장이냐, 짬뽕이냐

한국인에게 인생의 숙제 같은 명제

라면 한 입을 줄까, 두 개를 끓일까

고민해 보지 않은 사람 있을까

끝없는 선택이다.


배터리도 아닌 것이 충전하고 오겠다며

여행 스폿부터 교통에, 맛집까지 검색하며 흥분되는 마음이 바쁘다.

여러 번의 머릿속 시뮬레이션을 마치고

공항을 향하는 발걸음이 신나서 날래다.


다녀온 너의 첫 마디는,

한국이 제일이란다.

집이 제일 좋단다.



이곳의 나는 그곳의 네가 보고 싶다.

아이 방학이면 한국에 들어간다. 엄마 집에 간다. 

방랑을 마치고 조국에 간다.

대도시의 일상에서 벗어나

시골집의 냄새

아궁이 볏짚 냄새

한산한 논길

똥개 짓는 소리

갓 캔 쑥과 달래와 냉이

낡은 레트로 자전거

도처의 초록

생각만으로도 평화다. 평온이다.

 

한국 시골에 지내다 보면

상하이에 돌아가고 싶다. 내 집에 가고 싶다.

그곳은 방랑이 아니고 산책이었다.

편리한 삶과 외식 배달원

잘 조성된 공원과 새소리

학교와 친구들

저렴한 물가와 형형색색의 과일

아파트 화단의 냥이와 고슴도치

옆집 아이의 다정한 인사

책상 위 자그만 선인장 화분

생각만으로도 안정이다. 여긴 내 집이니까.


일상이 지겨워 떠난 그곳에

그곳의 일상이 있다.

일상을 벗어나 우리는 도망칠 수 없다.


현재의 나 자신으로부터 도망가지 마라.

나 자신, 현실, 현재에 초점을 두고

또렷하게 직면하며 살아라.

얼굴 들이대고 제대로.


다 아는 얘기

결국은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다.





글, 사진 엄민정

상하이 거주 13년.

한국의 김치와 상하이의 샤오롱바오처럼 익숙한 것들을 다시금 들여다보며 의미를 찾는 일에 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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