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이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

소신(소소한 신혼생활)이 있는 이야기 #3

by Daniel

누군가 방송에서 말했던 것이 늘 기억에 남는다.

상대방이 좋아하는 일을 해주는 것보다 싫어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결혼생활을 유지하는데 중요하다

그런데 오늘은 그 반대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얼마 전에 우리 집은 식물들을 입양했다.

커다란 행복나무와 마가렛꽃, 선인장, 그리고 칼라꽃까지.

사실 원해서 이 아이들을 입양한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가 집들이 선물로 주기도 하였고,

꽃집에서 키워보라고 받기도 하였다.


그렇게 선물 받은 식물들에게는 저마다 이름을 붙여주었다.

행복나무는 집안에 작은 수풀을 만들어줘서 '정글이',

마가렛 꽃은 계란 같은 노란색 꽃을 피우므로 '계란이',

선인장은 멕시코에 많아서 "크리스티앙",

칼라꽃은 원산지가 아프리카여서 "날라 더 아프리칼라"


이렇게 입양한 식물들에 이름을 붙여주고 보니

마치 살아 숨 쉬는 아이들 같았다.


입양한 식물들을 키우는 데는 손이 무척 많이 갔다.

특히 '계란이'는 물을 많이 줘야 해서

통풍이 잘되는 곳에 두어야 뿌리가 썩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발코니 문을 열어두어야 했는데

하필 대로 쪽 창문이어서

밖의 소음이 집안으로 들어오는 게 문제가 되었다.


나는 와이프보다 감각에 좀 민감한 편이다 보니

밖에서 들어오는 소음에 좀 예민했다.

(나는 내가 좀 이런 것에 둔감했으면 하는 바람이 굴뚝같다. 예민한 인생은 정말 피곤하다.)

결국 소음의 거슬림을 참지 못하고

와이프에게 하소연을 하게 되었다.


타협점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문제는 집에 통풍을 위해

화분을 둘만한 대체 장소가 딱히 없었다는 것이다.

와이프는 단호하게 이 아이들을 폐기하겠다고 하였다.


와이프는 식물들을 키우는 것을 참 좋아했다.

퇴근하고 오거나 주말이 되면 화분 앞에 웅크리고 앉아 꽃봉오리가 맺히는 모습을 한참 동안 지켜보았다.

그러던 막상 와이프가 아끼던 식물들을

화분에서 드러내려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버리게 할 수 없었다.

내가 싫어하는 소음을 없애기 위해

기꺼이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를 버리려는 와이프를 보자

고마운 마음도 있지만 이미 이름까지 지어준 식물들을

버리는 것은 마치 갓난아이를 버리는 일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웅크리고 앉아서 하염없이 꽃을 쳐다보는

와이프의 얼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도록 싫어하는 일을 참는 것도 때때로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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